그린스펀이 이번에도 세계경제의 ''구원투수''가 돼 줄까.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으로 5일 전세계 증시가 급등하자 그가 세계를 ''미국발 경기둔화 우려''에서 구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지역은행가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FRB는 급격한 성장둔화를 경계하며 경제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에서는 이 발언을 ''오는 19일이나 내년 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때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암시로 받아들였다.

이날의 ''그린스펀 효과''는 즉각적이고도 강력했다.

그동안 하락행진을 하던 주가는 이 발언직후 폭등세로 돌변했다.

나스닥지수는 10.48%나 뛰면서 하루 상승폭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다우지수 역시 사상 세번째 상승폭인 3.21% 급등했다.

미국증시에는 낙관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마블해드 애셋 매니지먼트의 매이스 블릭실버 이사는 "이제야 크리스마스증시랠리의 징글벨 소리가 들린다"고 비유했다.

그는 "그린스펀이라는 사슴이 끄는 썰매에 조지 부시라는 산타클로스가 올라탔으니 선물받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표현했다.

지난 98년 말 세계경제 불안때 그가 훌륭한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공적도 낙관론의 근거다.

당시 미국과 세계경제 상황은 지금과 비슷했다.

전세계 주가가 동반하락하고 미국경제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그린스펀은 당시 두달동안 금리를 세 번이나 내림으로써 사태를 진정시키고 주가를 부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한층 고난도란 점에서 그의 성공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의 실질수요는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5.3%씩 성장했다.

이 기간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6%였다.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질렀다.

그 결과 96년만해도 GDP의 1.6%에 불과했던 경상적자가 올해는 4.3%로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소비과열 진정이 미국경제 안정의 선결과제다.

문제는 소비진정에는''신뢰하락''이 수반되기 쉽다는 점이다.

신뢰는 미국 장기활황의 주역이면서 동시에 경기침체의 주범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경기신뢰→주가상승→경기호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신뢰하락→주가급락→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린스펀은 소비자와 증시투자자들의 심리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구원승리 투수도,패전투수도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그의 능력은 지난 98년 경제위기때 한 차례 인정을 받았다.

그해 9월 그는 1차 금리인하를 단행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또 다시 금리를 내렸다.

의외의 2차 금리인하로 극적 효과를 노린 조치였다.

그 결과 비관론에 휩싸였던 소비자들과 증시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탁월한 심리학자''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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