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남쪽에 자리잡은 새너제이시.

새너제이 도심은 실리콘밸리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울창한 숲에 뒤덮인 2~3층짜리 건물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실리콘밸리 풍경과는 달리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 빌딩 숲속에 자리잡은 IBI(International Business Incubater)는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꿈을 키우는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데 모은 곳이기 때문이다.

IBI는 ''창업보육기관의 메카''로 불린다.

일확천금의 희망을 안고 비즈니스 길로 들어선 벤처기업가들을 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의 고유 기능은 물론 세계 각국 창업보육 기관의 설립과 운영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창업보육에 관해 조언하고 있는 바바라 할리 IBI 소장은 ''실리콘밸리 드림의 전도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창업보육기관은 벤처기업이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기관.

미숙아가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키워 주는 병원의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빨리 성장시킨다는 의미에서 엑셀러레이터로 불리기도 한다.

황성진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현재 미국에는 9백여개의 인큐베이터가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이나 주정부, 시정부가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이지만 상업적인 인큐베이터도 2백50개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상업적인 인큐베이터로는 아이디어랩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삼보컴퓨터와 KDS가 공동설립한 이머신즈를 비롯해 검색사이트 고투닷컴(GoTo.com), 장난감전문 온라인쇼핑몰인 이토이즈(eToys), 영화 스포츠 등 각종 티켓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티켓츠닷컴(tickets.com) 등을 키워냈다.

비영리 인큐베이터로는 IBI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96년 새너제이시와 새너제이주립대가 공동으로 외국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다.

지금까지 모두 15개 업체를 졸업시켰으며 현재 세계 22개국 40개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마리텔레콤 넥스트림 지네코 등이 입주해 있다.

IBI 졸업생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스코틀랜드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틀란텍(Atlantec)을 꼽을 수 있다.

인터넷서비스 제공 업체나 통신회사가 온라인서비스를 감시하는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 회사를 올해초 시스코가 1억8천만달러에 사들였다.

로스텐 IBI 부소장은 "IBI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요인으로는 우수한 시장조사 기능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새너제이주립대 교수진과 현지 기업인은 물론 외국 고위관료 기업인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자금 조달과 시장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BI는 최근 ''인큐베이터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IBI의 성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다른 나라에서 창업보육센터 설립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IBI는 한국 정보통신부와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지난 98년 실리콘밸리에 세운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KSI) 설립에도 관여했다.

KSI는 IBI와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계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벤처 기업이 성공하려면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한 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경쟁 상황과 고객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로스텐 IBI 부소장은 미국에 진출해 뿌리를 내리려면 기술 못지 않게 좋은 후원자를 만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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