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 혈투가 조지 W 부시 공화당후보의 승리로 끝난다면 부시는 6대 대통령 존 Q 애덤스와 믿기 어려울 정도의 ''닮은꼴 대통령''이 된다.

우선 애덤스와 부시는 모두 부자(父子) 대통령이다.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점도 비슷하다.

애덤스의 풀네임은 아버지 이름 ''존 애덤스''(2대 대통령)에 중간이름 ''퀸지''의 약자를 넣은 존 Q 애덤스다.

부시 역시 41대 대통령인 아버지 이름 ''조지 부시''의 중간에 ''워커''를 끼워넣어 조지 W 부시로 쓰고 있다.

애덤스가 선거당시 전국 지지율에서는 지고도 선거인단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부시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애덤스는 선거에서 제3당 후보(헨리 클레이)가 경쟁자인 앤드루 잭슨의 표를 갉아먹는 바람에 반사이익을 봤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의 네이더 후보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표를 뺏어간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런 ''복사판 운명''은 아버지대(代)에도 일어났다.

애덤스의 아버지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부통령을 두 번 지냈다.

부시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이들 아버지 대통령은 모두 연임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존 애덤스는 남부 출신인 토머스 제퍼슨에게 패배했다.

조지 부시는 빌 클린턴에게 졌다.

그런데 클린턴의 정식이름은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이다.

결국 아버지 대통령 모두가 ''남부 출신의 제퍼슨''에게 백기를 든 것이다.

아들대의 대통령선거에서 비슷한 점은 또 있다.

아들 애덤스의 경쟁자였던 앤드루 잭슨은 테네시주의 전쟁영웅이었다.

부시의 숙적 고어는 전쟁영웅은 아니지만 테네시주 출신이며 종군기자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었다.

진짜 백미는 그 다음이다.

애덤스에게 패배했던 잭슨은 4년 후 선거에서 애덤스를 꺾고 대통령이 됐다.

잭슨은 그 후 연임에 성공,단임에 그친 애덤스를 능가했다.

고어 역시 ''잭슨과 닮은꼴''운명을 기대하며 4년 후를 기약할 수 있을까.

1백80년 만에 재연된 현대판 대선 드라마는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지 궁금하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