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 전체가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이 심하게 꼬일 경우 내년 1월20일 취임식 전까지도 새 대통령이 가려지지 않을 가능성마저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일시적이나마 무정부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해외부재자 투표에 대한 개표는 17일에 실시된다.

따라서 누가 차기 대통령인가에 대한 미국유권자들의 궁금증은 최소한 17일 이전까지는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팜비치카운티에서 사용된 투표용지 하자에 대한 시비와 소송제기, 그리고 이에 따른 재투표 요구 시위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 해외 부재자투표 =플로리다 선관위는 선거일에 임박해서야 투표용지를 우송한 해외부재투표자들이 많기 때문에 오는 17일까지는 일절 개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도 현재로서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해외부재자표가 2천~3천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해외부재자투표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해 부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나비형 투표용지 시비 =투표용지 하자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피터 도이치 민주당 하원의원과 윌리엄 데일리 민주당 선거본부장은 플로리다주의 법이 후보의 이름 오른쪽에 기표할 수 있게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기표란을 왼쪽에 만들어 놓았다며 팜비치 유권자들이 사용한 ''나비형 투표용지''는 불법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 투표용지가 민주당 출신의 선관위대표가 디자인한 것일 뿐 아니라 공화 민주 양당 모두가 사전에 승인한 것이고 투표용지가 사용되기 전 아무도 그 하자를 지적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더욱이 이 나비형 투표용지는 윌리엄 데일리 민주당 선거본부장 자신이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에서 사용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무효표에 대한 논란 =나비형 투표용지의 하자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이 한 곳에만 구멍을 뚫어 기표해야 하는데 두 곳에 기표를 함으로써 무효 처리된 숫자가 팜비치에서만 1만9천표나 된다는게 민주당 주장이다.

결국 혼돈을 일으키기 쉬운 나비형 투표용지 때문에 고어 지지표들이 무효표로 처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선거 참여열기가 낮았던 1996년 선거 때도 팜비치에서 무효처리된 숫자가 1만5천표에 이르렀다며 민주당이 유리한 숫자만 부풀려 미국유권자들을 의도적으로 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재투표 가능성과 향후 전망 =민주당은 팜비치 카운티에 대한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부시와의 표차가 수백표로 좁혀진 상태이기 때문에 재투표만 실시하면 당장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팜비치에서의 재투표는 잘못 기표한 유권자들에게 우선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반발 또한 적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에는 양쪽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는 마땅한 세력도 없다.

한 돌파구로 민주당은 이미 법원의 판단에 의존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영역까지 법원이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미국이라는 조직사회의 질서와 균형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