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뚜렷한 하강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 속도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경우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2.7%로 전분기(5.6%)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데 이어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기지표들도 경기둔화세가 가속화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1일 발표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제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은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성장속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일부 지역은 성장 정체 상태에 있는 등 경기둔화세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계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는 지난 9월 49.9에서 10월에는 48.3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지난 7월까지 1년6개월 동안 상승세를 탔으나 최근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나타내는 소비자 경기신뢰도도 9월 142.5에서 지난달에는 1년 만의 최저치인 135.2로 급락했다.

경기둔화,고유가 지속,증시 침체 등이 겹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소비위축이 가시화되면서 미국 경제 둔화를 한층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내년에 성장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던 유로존도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경기둔화세는 유로존의 ''쌍두마차''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9월 소비지출이 1.8% 감소하는 등 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독일도 임금이 오르는 데 반해 소비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3.3∼3.5%로 예상되던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3%에 그치고 내년에는 2.7%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경제에 대한 전망도 회색빛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은 2000회계연도(2000년4월∼2001년3월)에 일본경제가 2.3%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최근의 경기지표는 밝지 않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8월까지 6개월 동안 2.9포인트 떨어졌다.

이를 감안,미국의 경기예측전문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2일 일본 경제가 앞으로 수개월 동안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선진권경제의 둔화는 아시아 남미 등 개도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세계 경제는 내년에 본격적인 하강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