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환란이후 회복세로 전열을 가다듬던 인도네시아가 "환란 3년차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추락하는 주가와 통화가치,자본의 해외이탈...

지난 82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멕시코가 83-84년에 위기를 극복했다가 3년차이던 85년에 다시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환란 3년차 증후군"이란 용어가 생겼다.

지표상으로는 인도네시아경제는 멀쩡하다.

작년 0.2%의 저성장에 머물렀던 인도네시아는 올 상반기에 4.1%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경제의 호황을 발판삼아 수출도 급격히 늘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인 전자제품은 올들어 지금까지 1백25%(전년동기대비) 급증했다.

고유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변국들과는 달리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1·4분기 원유 수출액은 19억9천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3천만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천연가스 수출액도 17억9천8백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1·4분기 18억9천7백만달러의 경상흑자를 냈다.

외환대란 충격으로 허우적대던 98년 2·4분기(6억7천만달러)의 약 3배다.

그러나 이같이 호전된 경기지표에도 불구하고 주가와 통화가치는 오히려 급락했다.

자카르타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7일 411.843으로 연초대비 41%나 떨어졌다.

루피아화 가치도 연초대비 30% 이상 추락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불안은 정치혼란과 구조조정 지연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집권 1주년을 맞은 와히드 정권의 개혁부진과 극심한 정정불안으로 금융시장이 휘청대고 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부패사건 재판을 둘러싼 갈등과 와히드 대통령 측근들의 잇단 비리의혹 등으로 정국은 매우 불안하다.

반정부시위는 그치지 않고 국회는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과 일부 정치권의 반대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은행구조조정위원회는 채무이행 대상의 68%에 대해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 상태다.

정부부채는 외환위기직전 GDP(국내총생산)의 23%에서 올 연말에는 94%로 급증할 전망이다.

정정불안에 발목이 잡힌 인도네시아경제는 겉보기엔 멀쩡하나 속은 곪아 터지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의 ''탈(脫)인도네시아''는 가속화되고 있다.

1·4분기 중 인도네시아를 빠져나간 외국인직접투자자금은 14억7천만달러로 작년 한햇동안 이탈액(27억4천만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대변혁없이는 인도네시아가 ''3년차 증후군'' 늪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