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미국 나스닥 상장 1호 기업 인포시스(Infosys).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 ''전자단지''(일렉트로닉스 시티) 내 50에이커(약 6만평) 대지에 자리잡고 있는 이 회사 사무실에는 제각기 다른 간판이 달려 있다.

루슨트 NCR 히타치 아마존 델….

내로라는 50여개 다국적 기업들이 인포시스의 연구 인력을 할당받아 자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를 개발중이다.

난단 관리담당 사장은 "7천여명의 연구원을 투입해 인도 8개, 미국 등 해외 20여개 연구센터에서 이같은 SW 개발을 진행중이며 지난해에만 2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인도 최대 기업인 타타그룹의 SW 자회사 타타인포테크.

항구도시 뭄바이(옛 봄베이)에 있는 본사 연구센터내 ''메인터넌스(보수)팀''은 항상 초긴장 상태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외국 고객기업들이 자체 개발중인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매일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등 미국 주요 도시들과의 12시간 내외의 시차를 활용한 것으로 "미국 현지 연구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이 인도는 아침 출근 시간이어서 인터넷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구가 이어진다"(비제이 스리랑간 부사장)

''가난한 대국'' 인도가 세계 SW 공급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방대한 인력 자원을 바탕으로 80년대 중반 본격화된 인도의 ''IT(정보기술) 부국론''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의 지난해 SW 수출액은 39억달러.

전세계 SW 교역량의 18.5% 규모로 미국 다음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60%의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가 곧 SW분야 초강대국(software super power)이 될 것"이라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3년전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계획도 야심차다.

사린 ESC(전자 및 컴퓨터 SW 수출촉진 위원회) 사무총장은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IT 분야를 인도의 최대 수출산업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연평균 30%선의 성장을 계속해 오는 2008년 SW 수출액을 전체 수출의 35%선인 5백억달러로 늘리겠다는 청사진까지 마련했다.

밑그림은 이미 상당부분 구체화되고 있다.

인도 수도 델리의 서남쪽에 접해 있는 신흥 도시 구루가온.

모토로라 휴즈 등의 SW센터가 들어서 있는 이곳은 IT도시로의 탈바꿈이 한창이다.

델리공항과 가까운 팜코트 지역의 경우 신축 건물 대부분이 IT업체에 의해 분양이 끝난 상태.

뭄바이 접경에서 신도시로 개발되고 있는 나비(新) 뭄바이는 도시개발 계획을 IT 업체들에 맞게 바꾸고 있다.

"SW개발 업체의 수요가 늘어나 위성통신 등 IT관련 인프라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나비 뭄바이 개발 기획자인 굽타 박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센터가 위치한 하이데라바드는 ''인도의 IT 밸리''를 외치며 외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방갈로르는 ITP(국제 기술단지) 등 초대형 SW개발지역 개발을 진행중이다.

ST인디아의 김영재 사장은 "바로 이들 지역이 인도의 IT 부국론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이같은 자신감은 ''영어가 가능한'' 풍부한 IT 인력에서 비롯된다.

IIT(인도공과대학) 등 전국 1천8백30여개 공식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IT 엔지니어는 연간 7만3천여명.

1천여 순수 SW 개발업체에 근무하는 28만명의 SW 인력을 말고도 7천여개에 달하는 IT 응용서비스 기업까지 감안하면 인도 IT 인력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인건비는 싸다.

대졸 초임이 매월 5백달러선으로 미국의 10분의 1, 한국의 6분의 1(퇴직금 등 부대비용 포함) 수준이다.

인도에서 6년간 베리폰(미국 전자지불 업체) 인도SW센터를 이끌고 있는 크레이그 이사는 "인건비가 싸고 영어가 가능하며 기술에 대한 이해가 빠른 엔지니어들이 많은게 인도 IT 산업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고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개발한 SW 기술수준 평가 기준(SEI-CMM)의 최고 단계인 ''레벨5''를 획득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29개.

이중 절반이 넘는 16개 기업이 인도기업이다.

"AT&T 필립스 소니 노벨 HP IBM 등 1백개에 달하는 세계 정상급 정보통신 업체들이 앞다퉈 인도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IT 개발의 3박자인 ''영어+인건비+기술력''을 한꺼번에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비벡 카르나타카 주정부 IT 담당관)

델리.방갈로르.뭄바이=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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