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를 포함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전반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로렌스 서머스 미국재무장관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막을 내린 선진.신흥경제 20개국(G20)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 한 말이다.

그의 발언에는 신흥시장,그중에서도 특히 아르헨티나경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돼 있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모라토리엄(부채 상환유예)설이 나돌 정도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증시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아르헨티나 국채값이 급락했다.

아르헨티나의 외화표시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1.9% 떨어진 85.35달러로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 주가지수인 머벌지수도 전날보다 4.33%나 급락하면서 396.55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올들어 주가하락률은 30%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월가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최우선 요주의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월가의 의견은 아르헨티나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라토리엄보다 더 나쁜 디폴트(외채상환불능)사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거론하고 있다.

베어스턴스증권의 남미지역 분석가 칼 로스는 "향후 6개월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 시장참여자들이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를 믿는 시장참여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장의 불안감은 아르헨티나가 1천2백30억달러나 되는 외채와 그 이자를 제대로 갚아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델라루아 대통령은 초긴축정책을 쓰고 있다.

이 정책의 골자는 세금의 대폭 인상과 공공부문 근로자의 임금삭감 등으로 노동계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멕시코 노총과 노동자연맹 등 양대 노조는 "아르헨티나가 IMF체제하에 있는 동안 희생을 강요당한 쪽은 근로자였다"며 "다시 임금을 깎고 정리해고를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기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내놓았던 세금인상은 오히려 불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아르헨티나 전체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밀과 콩의 국제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1백33억달러로 작년보다 10억달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4%에 크게 못미치는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국불안도 경제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정부의 제2인자로 알려진 페르난도 산티바네스 국가정보부장의 뇌물스캔들로 정국이 혼미해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현 경제상황이 지난 98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러시아와 흡사하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