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럽고 부정직하지만,없어서는 안될 곳(greedy and dishonest, but indispensable)''

뉴욕에 본부를 둔 여론조사기구 해리스 폴사와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월가''에 대한 미 국민의 정서를 공동 조사한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 사람들은 월가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각각 절반 이상(51%)이 ''탐욕과 이기주의에 젖어있다'' ''정직하거나 도덕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민들은 그러면서도 월가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서는 72%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를 평정한 ''미국 자본주의''의 요람,월가에 대한 미 국민의 반응은 이처럼 복잡하다.

실물 경제에 부족함없이 돈줄을 대주고,지난 10여년간 한해도 어김없이 은행 금리를 압도하는 투자 수익률을 안겨준 월가에 대해 현실적인 존재 이유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마땅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월가 금융기관과 이웃해 지내면서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터줏대감들은 ''월가맨''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월가 초입인 브로드웨이 160번지의 맥도날드 레스토랑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고 있는 러시아 이민 출신 이고프 부할로프는 "월가의 분위기는 리듬이 매우 빠른 음악과 같다.브로커들이 우리 식당에서 대화할 때 오가는 대화를 들어보면 온통 ''사자''와 ''팔자''에 관한 것 뿐이다.한마디로 운치없는 사람들"이라고 관찰담을 들려준다.

42년전 그리스에서 뉴욕으로 이민온 뒤 줄곧 월가 옆의 하노버 스퀘어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음식점 ''해리스''를 경영해 온 해리 풀라카코스.

월가 최고의 터줏대감인 그는 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월가 사람들을 바라본다.

"증권 브로커와 비즈니스맨 은행원 변호사 등 폭넓은 계층의 프로들이 우리 가게의 단골을 이루고 있다.월가의 프로들이 과도하게 큰 돈을 벌고 있다고들 비난하지만,그들은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수고 있다.나는 월가 사람들의 배짱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통계를 놓고 보면 풀라카코스의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쪽이 더 많다.

해리스 폴과 비즈니스위크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만이 ''월가에서 한몫 거머쥔 사람들은 다 수긍할만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같은 응답률은 2년전 조사때의 51%에 비해 6%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월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愛)와 증(憎)은 갈수록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