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번째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에 망명중인 중국 극작가 가오 싱젠(高行健·60)에게 돌아갔다.

가오는 연출가 극작가 소설가 평론가 화가로 1인 5역을 해내는 르네상스맨이자 전체주의의 폭거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은 투사다.

문화혁명시절 ''분서갱유''를 겪은 그는 중국공산당의 공포정치를 베케트식으로 풍자,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40년 중국 장시성에서 은행원의 아들로 태어난 가오는 1962년 베이징 외국어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홍위병혁명 때는 재교육대상자로 분류돼 전작품이 불태워지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베이징 인민극장을 무대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던 그는 1981년 평론 ''현대소설기법논쟁''으로 문단에 일대 충격을 주었다.

극작가로서 가오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앙토냉 아르토,사뮈엘 베케트의 영향을 받았다.

데뷔작 ''알람소리''(1982)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부조리극이다.

그러나 후속작 ''버스정류장''(1983)은 당국으로부터 역사상 가장 ''반동적인'' 연극으로 지목됐다.

1987년 희곡 ''야만인''과 ''또다른 해변''이 잇따라 판매금지되자 가오는 망명을 결심한다.

1988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가오는 1989년 천안문광장학살사건이 일어나자 중국 공산당을 탈당했다.

기피인물로 낙인찍힌 그의 전 작품은 곧 상연금지됐다.

그러나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현대판 오디세이 ''한 사람의 성경''은 불어로 번역돼 서구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가오의 작품은 중국 선불교 전통으로 현대인의 삶을 응시,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

중국 남서부를 여행하고 쓴 소설 ''영혼의 산''은 도교적이면서 샤머니즘적인 작품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 영혼의 순례기를 ''비할데 없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화가로서 30회나 전시회를 가진 가오는 작품집에 일러스트를 직접 그려넣기도 한다.

1992년 프랑스로부터 문학기사작위를 받은 가오는 "오직 글을 쓸때만 나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