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 홀은 의심의 여지없이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중 가장 훌륭한 경영자다. 위기에 빠진 K마트를 구해낼 것이다"

지난 95년6월 프로이드 홀(61)이 미국의 대형할인점 K마트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자 한때 월가 금융업계에서 그의 상사였던 제임스 골드스미스는 이렇게 홀의 성공을 낙관했다.

회사가 위기에 몰렸을때 긴급수혈된 새 CEO가 취임하면 으레 그렇듯이 홀이 K마트의 지휘봉을 잡았을때도 K마트 주가는 그의 입성을 환영했다.

당시 12달러대를 맴돌던 주가는 홀이 사령탑에 앉자마자 14달러로 뛰어올랐다.

월가는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패배,파산위기에 몰려 있던 K마트호를 홀이 구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물은 달랐다.

그는 취임후 마케팅과 상품개발이라는 고전적 무기를 들고 나왔다.

비용절감보다는 광고와 홍보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처음에는 먹혀 들어가는 듯 했다.

소비자 조사에서 K마트의 브랜드이미지가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출과 순익 확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더 값싼 상품과 신속한 배달을 원하는 고객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기업회생 전략이었던 탓이다.

업계 1위인 월마트가 일찌감치 물류첨단화가 비용절감과 가격할인의 키포인트임을 직시,이 부문에 전사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이었다.

월마트가 컴퓨터화된 재고관리시스템 도입은 물론 트럭과 배송센터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물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데 반해 K마트는 광고와 홍보에 치중했다.

시간이 갈수록 월마트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홀은 뒤늦게 극단적인 비용절감이라는 초강수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카드는 회사의 컴퓨터시스템 낙후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낳았을 뿐이었다.

이같은 전략미스가 경영악화로 이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1·4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나 줄어든 2천2백만달러로 곤두박질치더니 급기야 2·4분기엔 4억4천만달러나 되는 거액의 손실을 내고 말았다.

결국 2·4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발표가 나온 지난 5월말,그는 전임자의 전철을 밟고 말았다.

자신보다 20년 이상 아래인 ''젊은 피'' 찰스 코너웨이(39)에게 CEO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임기는 아직 1년이나 남아 있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