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상하이시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사업을 하던 한국인 여성이 8천여만원의 빚독촉에 시달리다 어린 딸 2명을 내버려두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채권자가 집을 압류하자 중국 공안이 딸 둘을 영사관에서 맡으라고 데려왔더군요"

신국호 상하이 총영사는 한국인의 섣부른 중국진출에 대해 이런 예를 들며 경계했다.

"뭔가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같은 중국이지만 결코 이득을 보기 힘든 나라라는 점도 명심해야 된다"라는 게 신 영사의 얘기다.

지난해 상하이 영사관을 통해 사증(VISA)을 받은 한국인은 3만6천여명.

98년(1만2천여명)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올들어서도 1.4분기에 이미 3만여명을 돌파할 정도로 중국진출을 가히 폭발적이다.

상하이 인근지역이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20%이상을 담당하고 중앙재정의 9분의1을 기여한다니 이 지역에 대한 한국기업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신 영사는 "상하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커뮤니티 형성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일본이나 대만기업들은 스스로 공동체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반면 한국기업은 대부분 "개인플레이어"라는 것이다.

중국 진출역사가 남들보다 짧으면서도 경험의 공유에 인색한 우리 기업들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족과의 관계정립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의 90%는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원인을 제공한다고 봐야 합니다"

공식집계로는 잘 잡히지 않지만 상하이에만 7천여명,상하이 인근 화둥지역에만 3만여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족은 한국기업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상하이를 내륙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한국기업이 중국어와 중국인 습성에 능통한 조선족이라는 자산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신 영사는 한국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균형된 수지를 고려하는 태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적자낸 것을 중국에서 만회하고 있는 게 한국의 무역패턴입니다. 중국이 언제까지 이런 역조를 보고만 있진 않을거예요. 중국의 심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면밀하고 영리하게 진입하는 전략이 필요한 게 상하이 시장입니다"

신 영사는 "한국기업들이 해외 비즈니스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중국진출에 큰 장점"이라며 "이 점을 이용해 상하이 인근 제조단지를 생산기지화하는 전략도 투자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