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다.

유럽풍 석조건물의 옛자태가 19세기 말엽 서구열강의 조차지역으로 개발될 당시를 상기시키는가 하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즐비한 수십층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들은 현기증을 일으키게 한다.

특히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 서쪽 구도심가는 건물도 오밀조밀하고 길도 좁다.

여기에 교통신호등을 거의 지키지 않는 상하이사람들과 늘어만 가는 자동차들이 뒤엉켜 거리는 항상 분주하고 혼잡하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상하이 시내에서 30분 안팎이면 어디든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시 남서쪽 외곽 훙차오(虹橋)공항에서 자동차로 시내 중심가인 난징루(南京路)까지 가는 데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시원스러운 고가도로 때문이다.

상하이는 오래된 도시의 교통 핸디캡을 도시 순환도로를 통해 해소했다.

도시를 원형으로 순환하는 외곽도로를 깔고 원형 외곽도로를 십자로 관통하는 중심 고가도로를 만들었다.

시내 곳곳에 기둥을 올리고 그 위로 도로를 건설하는 작업은 간단치가 않았다.

상하이시 관계자는 "치밀한 계획에 바탕한 시정부의 추진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 곳곳에 박혀있는 고가도로 받침기둥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게 하나 있다.

모두가 민무늬 원형기둥이지만 훙차오와 난징루를 잇는 중앙고가도로를 받치는 기둥 중 하나에 용의 형상이 양각돼 있다.

"인부들이 기둥을 박기 위해 아무리 애써도 땅이 파치지 않는 거예요.

용하다는 도사를 찾아 물으니 용이 배를 깔고 누워있는 자리라더군요.

도사는 자기가 기도하면 용이 배를 움직여주지만 자신은 죽는다고 했습니다.

도사가 제사를 올린 뒤 기둥은 박혔고 도사는 죽었습니다"

시정부 관계자는 그 도사를 추모하기 위해 유독 그 기둥에만 용을 조각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고가도로를 놓기 위해 애썼던 상하이런(人)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흥미로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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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증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