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LG생약연구소 이종태 소장은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절반은 중국 곳곳을 찾아다니느라 집을 비웠다.

새로운 생약성분이 발견됐다는 소식만 들리면 현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광활한 중국땅은 생약의 성분이 되는 천연물의 보고(寶庫)다.

서양의학과는 다른 중국의학의 전통과 신약개발에 필요한 소재의 다양성, 그리고 탄탄한 기초과학 실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바이오(생명공학)산업에 전력하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정부가 가장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바이오 전진기지다.

중국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상하이에 쏟는 관심은 푸둥 장장(張江) 하이테크단지에 들어선 중국유전자연구소에서 잘 드러난다.

상하이 소재 대학들과 병원, 상하이과학기술위원회가 공동으로 설립한 이 연구소에 중국정부는 야심차게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고가 장비를 들여놨다.

중국에 2기밖에 없는 최첨단 장비다.

지난 5월에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국가적 관심이 높다.

중국유전자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인의 유전적 다양성을 규명하고 유전자에서 질병유발인자와 기능관련인자를 구분해 내는 연구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전자 연구 외에 신약개발에 쏟는 상하이의 열정도 대단하다.

중국유전자연구소 주변에 국가신약개발센터와 신약안전성연구센터 약물연구소 등을 모아놨다.

우젠핑(吳建屛) 상하이 생명과학연구원장은 "연구시설의 집중이 유전자 치료제나 인터페론 신약개발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 원장은 "863 계획이나 훠쥐(火炬,횃불) 계획 등 국가의 연구개발프로그램에서 15% 이상은 생명공학 분야에 의무적으로 투자하게 돼 있다"며 "상하이에서는 이 기금들을 주로 신약과 백신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원장은 상하이의 바이오산업 집중 육성방침에 대해 "베이징은 군사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상하이는 하이테크와 바이오산업을 맡는 분업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산업은 특성상 투자기간이 길고 투자액수 또한 막대하다.

이 소장은 아직까지 선진국과 격차가 크지만 푸단대학을 비롯한 기초연구인력이 풍부하고 정부차원의 연구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상하이가 바이오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날도 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