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푸둥(浦東)지구 소프트웨어파크에서 만난 쉬보(徐波·23)씨.

지난해 상하이 푸단(復旦)대학 전자공학과를 중퇴하고 이 곳에 사무실을 차렸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컴퓨터에 빠져 살 바에야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시가 때마침 완공한 소프트웨어파크에 입주할 벤처기업을 물색한다는 소식도 그의 결심을 앞당겼다.

저렴한 사무실 임대비나 통신비 뿐만 아니라 외자유치를 주선해 준다는 약속도 쉬씨에겐 큰 매력이었다.

소프트웨어파크는 처음 약속대로 올 봄 미국계 벤처자금 5백만달러를 끌어줬다.

상하이시 북부 중산북로.

낡아보이는 15층 건물 꼭대기층에 장젠쥔(章建俊)씨가 운영하는 ''킹헬스닷넷''(www.kinghealth.net) 사무실이 있다.

장씨가 회사를 차린 것은 지난 97년.

상하이 이공대학을 나온 뒤 병원과 상하이시정부 위생국에서 근무하던 그에겐 커다란 모험이었다.

''철밥통'' 공무원 신분을 버리고 36세의 늦깎이 벤처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보였기 때문이다.

킹헬스닷넷은 의학전문 사이트.

위생국 근무시절 친분을 쌓아 뒀던 의사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건강관리 응급요법 등의 정보를 제공하던 단계에서 요즘엔 인터넷 진단.치료프로그램 개발에 여념이 없다.

그는 "공무원시절 알아뒀던 상하이에서 내로라 하는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응해 주고 있다"며 중국 최고의 인터넷의학 사이트가 될 것을 자신했다.

물론 의사들에게는 회사주식을 줬다.

그는 이미 인터넷사이트에 초보적인 전자상거래를 도입해 재미를 봤다.

"중국사람들은 성(性)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길 피하는데 인터넷 섹스숍을 차려 놓으니 주문이 밀려들더군요"

장씨는 또 하나의 인터넷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의료기기 정보를 인터넷에 띄워 생산자와 주문자를 연결하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푸단대학의 정문을 들어서면 10여m 높이의 마오쩌둥(毛澤東) 동상이 눈길을 끈다.

근엄한 표정의 중국공산당 아버지 마오쩌둥 동상 주변에는 뜻밖의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담배를 빼 문 여학생과 얼싸안고 있는 연인들.

"상하이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이 곳을 학생창업이 가장 많은 대학으로 만들고 있죠"

이 대학 이학성 교수의 말이다.

오후 5시가 넘어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본관 1층 도서관은 학생들의 열기로 뜨겁다.

도서관 옆 ''정보검색실''에는 학생들이 컴퓨터 모니터앞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질학과에 다닌다는 푸(傅)씨는 이 학생들이 모두 창업 동아리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수업이 끝나면 함께 모여 우리가 하려는 사업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곤 합니다"

중국정부는 최근 회사를 세우는데 필요한 최저자본금의 제한을 없앴다.

이 조치에다 인터넷바람까지 겹치면서 상하이는 지금 창업열풍에 휩싸여 있다.

최저자본금 제한이 없어지자 아주 적은 돈으로 회사를 세우는 소위 ''1위안(元) 창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학생이든 공무원이든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사업기회만 보이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자본주의 첨병이 되겠다는 상하이런(人)들의 ''1위안 창업열풍''은 인근의 난징(南京)과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로도 번지고 있다.

<> 특별취재팀 =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증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