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왕국답게 일본시장에는 가전제품과 통신기기가 흘러 넘친다.

아키하바라 전자상가건 대형 양판점이건 어디를 가나 첨단제품이 고객의 눈길을 잡아 끈다.

하지만 전자상가를 찾는 고객은 전자제품보다 휴대폰 판촉사원들의 선전공세부터 마주치게 된다.

판촉사원들은 한명이라도 더 고객을 늘리기 위해 쉬지않고 자사 휴대폰의 장점을 소리높여 외쳐댄다.

일본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지난 6월말 현재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6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휴대폰이 대중화되고 거리는 휴대폰을 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유선전화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고 휴대폰이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 휴대폰에서 만큼은 한국과 일본이 "너무 같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껍질을 조금만 벗겨 보면 차이점이 한 두가지가 아님을 금방 알게 된다.

우선 가입과정에서의 까다로운 심사다.

일본의 통신회사들은 자격을 갖추지 않는한 엄격하게 가입을 제한한다.

외국인등록증이 없는 외국인은 받아주지도 않는다.

설사 번호를 손에 넣었다 해도 국제통화는 할수 없다.

가입후 3개월이 지나고 은행계좌로 요금자동결제 신청을 한 후에라야 통화가 가능하다.

미성년자는 부모동의서는 물론이고 인감증명과 신분증명서까지 갖춰야 된다.

때문에 중,고생들이 휴대폰으로 거리에서 비싼 통화를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차이는 또 있다.

요금 체계의 세밀함이다.

낮과 밤이 다른 것은 기본이고 휴일,토,일요일에도 크게 차이가 난다.

걸려오는 전화만 받는 초알뜰형도 있다.

고객은 선별하되 가입자들의 편의는 최대한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차이는 사용방법에 있다.

도쿄도 당국은 휴대폰 전파가 의료기기를 단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줄수 있다며 전철과 버스안에서 전원을 꺼주도록 안내방송을 하고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쿄에서는 차내에서 전화를 받거나 거는 광경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사용하는 것이다.

한,일 휴대폰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