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부품회사인 닝보더예총공사의 장허쥔(48)사장.

그는 최근 승용차 한대를 새로 샀다.

차종은 BMW740.

중국 돈으로 2백만위안,한국 돈으론 약 2억5천만원 짜리 차다.

그의 회사 차고엔 5년째 타고 있는 검은색 캐딜락과 이번에 새로 산 흰색 BMW가 나란히 서 있다.

두 차 값만 합쳐도 족히 4억원은 넘는다.

그는 지난해 매출 2억6천만위안(약 3백12억원)을 올린 회사의 오너이긴 하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 평균 월급은 8백위안(약 9만6천원).

직원 봉급의 수천배나 하는 최고급 외제차를 두대나 굴려도 괜찮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당했다.

"우린 사영(私營)기업이다.

국영기업과는 다르다.

세금 낼 것 다 내고 내가 번 돈으로 산 것인데 뭐가 문젠가.

또 난 초일류만을 지향한다.

제품도 설비도 경영도 모두 일류 수준으로 올리려 한다.

그래서 승용차도 최고급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의 왼쪽 팔목엔 황금색 롤렉스가 채워져 있다.

실제로 그의 회사는 닝보에선 일류로 꼽힌다.

닝보더예총공사의 주력 생산품은 에어컨 플래스틱 패널.

이 부품을 찍어내 광둥성에 있는 미디아에어컨사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생산품의 20%정도는 수출한다.

장 사장은 지난 90년 60평 규모 임대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설비라야 수십만 위안(수천만원)짜리 중고가 고작이었다.

그렇게 벌인 회사가 지금은 1만5천평의 자가공장에 1백30억원 규모의 고정자산을 갖게 됐다.

10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대답은 맹쾌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문제는 누가 그 기회를 제때 잡느냐다.

중국에선 개혁.개방 이전까지만 해도 컬러TV는 꿈도 못꿨다.

그러나 지금은 컬러TV를 2~3대씩 갖고 있는 집들이 많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나는 그 변화를 기회로 포착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는 성공을 자만하진 않는다.

"아직 사업에 성공했다곤 말할 수 없다.

그저 업적을 이룬 정도다.

국가가 나에게 기회를 줬고 나는 그걸로 성과를 올린 것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대해 무척 낙관적이다.

"우리같은 조립가공업체는 나쁠 게 없다.

물론 금융이나 자동차 통신산업 쪽에선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그는 "난 과거엔 닝보사람이었다. 지금은 중국인이다.
그러나 앞으론 세계인이 될 것이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말엔 닝보의 장사꾼다운 기질이 듬뿍 배어 있었다.

장 사장은 경영후계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물론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그러나 자식이 싫어한다면 회사를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줄 것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