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장쑤(江蘇)성 성도(省都)인 난징(南京)까지 뚫린 후닝고속도로.

4차선 아스팔트로 깔끔히 닦인 이 고속도로를 타고 상하이를 출발해 1시간 정도 달리면 쿤산(昆山)이란 도시가 나온다.

인구 58만명의 신흥공업도시로 상하이 푸둥 개발과 함께 뜨고 있는 곳이다.

중국내 32개 국가급 개발구중 하나인 쿤산경제기술개발구안에 있는 마키타(牧田)유한공사.

일본의 전동공구업체인 마키타사가 지난 93년 1억2천8백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회사다.

휴일에도 거의 풀가동하고 있는 마키타의 1,2,3공장 옆에선 제4공장 증설공사가 한창이다.

"매년 판매량이 30% 이상 늘고 있어 공장을 증설중이다. 근로자들의 기술 습득력이나 생산성이 좋아 여기서 만든 제품은 수출시장에서도 인기다. 지난해 9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에는 1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중국 내수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 희망적이다"

이 회사 가토 요시하루(加義治) 관리부장의 설명이다.

쿤산은 최근 수년사이 중국에서도 외국인 투자유치가 두드러진 곳이다.

쿤산엔 현재 54개국 1천8백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총투자액은 80억달러.

지난해 쿤산의 총생산액(GDP) 1백72억위안(약 2조6백억원)중 외국기업들이 70%를 차지했을 정도로 외국기업들의 생산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대만의 10대 기업중 통일식품 홍해그룹 등 5개 회사가 진출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기업도 오리온전기 한독ALPS 등 56개사가 나와 있다.

물론 쿤산으로 외국기업들이 몰리는 이유는 상하이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마키타유한공사에서 네블록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의 신성피혁.

지난 92년에 나와 여성용 핸드백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이 산둥(山東)성이나 동북 3성으로 갈때 우린 쿤산을 택했다. 상하이 때문이었다. 중국 최대의 물류기지이자 소비지인 상하이 주변지역이야말로 최적의 투자지라고 판단했다. 단순히 임금이 싸다는 것만 보고 동북쪽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기업들을 보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전용수 신성피혁 부총경리)

신성피혁은 현재 단기임대로 쓰고 있는 공장을 아예 50년간 장기임대로 전환할 작정이다.

이곳에 완전히 뿌리를 박겠다는 생각에서다.

상하이 주변에서 제조단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으론 쑤저우(蘇州)도 빼놓을 수 없다.

쿤산에서 후닝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20분가량 더 달리면 닿는 곳이다.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의 수도로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이곳은 현재 장쑤성의 핵심 제조단지로 변모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 일본의 마쓰시타와 소니, 미국의 AMD 등 전자회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한국기업으론 삼성전자의 가전및 반도체공장이 나란히 나와 있다.

"상하이를 비롯한 양쯔강 주변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노리고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들이 이곳 쑤저우에 진출해 있다. 특히 싱가포르 기업들은 일찌감치부터 국가단지를 조성해 들어와 있는 상태다. 유리한 입지조건도 입지조건이지만 관료들이 깨끗하고 서비스 마인드가 철저해 투자지역으론 그만이다. 상하이가 발전할수록 주변 공업도시엔 더욱 많은 외국기업들이 찾을 것이다"(박종하 쑤저우 삼성전자 현지법인장)

중국의 내수시장을 겨냥한 생산기지로서 상하이 주변 공업도시들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하이에 붙어 있어 입지조건 자체가 유리한데다 관료들도 국제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돼 있어 외국기업들로부터 인기가 높다는 얘기다.

상하이라는 용머리가 움직이면서 슬슬 용의 몸통도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 특별취재팀 =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증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