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전자업체인 도시바와 "전쟁"중이다.

도시바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건은 도시바가 미국에서는 보상을 해준 노트북PC의 하자에 대해 중국에서는 배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게 발단이었다.

도시바는 노트북PC의 FDC(플로피디스크 컨트롤러)하자 건으로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려 10억5천만달러를 배상했었다.

이 소식은 "도시바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 전해졌고,중국 소비자들도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도시바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배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에는 법적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중국에는 그런 법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한마디가 중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주요 언론이 도시바를 겨냥한 기사를 쏟아냈고,소비자 단체들이 도시바공격에 앞장섰다.

변호사와 학생들도 "중국에는 법이 없는 줄 아느냐"며 들고 일어섰다.

베이징 칭다오 등 일부 컴퓨터 판매점들은 "도시바 제품 불매"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지금 도시바는 10년 공들인 탑(중국시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마늘분쟁"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일단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 사건은 또 중국소비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득될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미엔즈(면자.체면)"가 손상당했다고 생각되면 그 분풀이를 꼭 하고야 마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들의 체면을 살리면서 이익을 나누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남북정상회담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때인 지난 14일. 중국경제시보는 "한-중 무역전쟁이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는 제목으로 마늘분쟁을 다뤘다.

이 신문은 "끝까지 싸워야 한다.

마늘에 국한된 게 아니다.

중국의 존엄성과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다"라고 썼다.

마늘분쟁을 한-중 무역전반으로 확대하고,소비자들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이 기사가 한국상품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자칫 불매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마늘분쟁이 "도시바 사건"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능동적이고도 치밀한 외교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