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황무지, 중국 인터넷시장에 깃발을 꽂아라''

e베이 야후 등 내로라하는 인터넷업체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갖췄지만 개척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이버 차이나''에 먼저 둥지를 틀기 위해서다.

SK 삼성 등 국내 대기업과 벤처기업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현황과 성장 전망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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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부의 과학기술단지인 중관춘 배후에 자리잡은 중국 최고 공과대학인 칭화대학.

이 대학 캠퍼스에서 최근 9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설명회가 열렸다.

IBM MS 야후 등 주요 IT업체 2백여개가 참여했다.

설명회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각 업체들은 우수 인재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홍콩의 한 업체는 "인터넷통신 분야 전공자, 연봉 30만위안 가능"이라는 현수막을 큼지막하게 내걸었다.

이는 중국 대졸자 초임 연봉의 약 10배 수준.

중국 정보통신 인력의 몸값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칭화대 취업서비스센터의 왕즈청 주임은 "중국 진출 정보통신업체들이 베이징대, 상하이 복단대 등 유명 대학의 첨단기술관련 졸업생들을 입도선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임을 마다하고 창업의 길로 뛰어드는 졸업생도 점점 늘고 있다.

외국 기업이 고액연봉을 제시하며 인재 유치에 나선 이유는 중국 인터넷시장의 기선을 잡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중국 인터넷시장이 지난해 이륙기를 지나 올해 비상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IBM 중국본부의 우바오춘 전자상거래단장은 "올 초 인터넷 사용자 1천만명 돌파를 계기로 중국에서 인터넷 폭발이 예상된다"며 "중국 인터넷 인구는 가파르게 늘어나 3년내 2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멀지않아 중국어가 영어를 밀치고 최대 "인터넷 언어"로 등장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의 인터넷 폭발은 여러 곳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는 요즘 하루에 3개 꼴로 벤처기업이 싹트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 관련 업체다.

일부 대학생들은 학업을 접고 창업의 길로 뛰어든다.

칭화대는 중관춘에 창업 인큐베이터인 "칭화과기원발전센터"를 차려 놓고 이들을 지원한다.

그런가하면 8848넷(www.8848.net) 이취왕(web.eachnet.com) 등 6백여개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사이버 쇼핑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작년 약 2억위안(1위안=약 1백40원)에 달했던 전자상거래는 올해 8억위안, 오는 2002년에는 1백억위안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넷의 정보유통 파괴력에 몸을 사렸던 중국정부도 "육성"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장쩌민 주석은 최근 광저우 등 남부 도시를 방문해 "첨단정보기술은 21세기 중국 발전에 큰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통제냐 육성이냐를 놓고 진행되던 인터넷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곧 전자상거래 진흥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외국업체들은 중국 인터넷 혁명을 후원하고 나섰다.

현재 중국에 들어온 해외 벤처투자자금은 약 4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인텔이 올해 10억달러를 중국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소프트뱅크 3억달러, 홍콩 재벌 리자칭이 4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IBM은 미국 유학생들을 앞세워 사이버 창업컨설팅 업체인 시노비트(www.sinobit.com)를 설립했다.

그런가하면 e베이 프라이스라인 야후 등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은 각각 클럽시티 톰컴 팡정 등 중국업체와 제휴했다.

국내업체들도 중국 인터넷시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SK가 중국 인터넷사업을 위해 현지 인력을 40여명 보강한 것을 비롯 삼성 LG 현대 등도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한글과컴퓨터 K&C 바라인터내셔널 P노트 등 벤처기업들도 현지업체와 제휴, 중국 인터넷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시장은 지리적 조건, 기술수준, 문화 등의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우리에게도 커다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게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