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회복은 이제 칭송의 대상이 아니라 공격의 빌미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업자들의 태도돌변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은 지난해 10.2%의 성장을 했고 이에 힘입어 자동차 내수가 전년에 비해 50만대(63%)나 늘었지만 외제차들은 한국시장의 폐쇄성(sealed sanctuary)때문에 외면 당했다"는 게 20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스티브 콜린스 미자동차무역정책회의(ATPC)회장과 카밀 브룸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회장의 비판이다.

숫자만 들여다보면 거래상황은 분명 일방적이다.

지난해 우리는 총 1백50만9천대의 자동차를 해외에 수출한 반면 사들인 외제차는 2천4백대에 불과했다.

외국차 1대당 무려 6백28대를 수출한 셈이다.

무슨 변명으로도 토라진 외국인들을 달랠 방법은 없다.

그러니 결론은 간단해진다.

외제차를 많이 사는 도리밖에 없다.

그래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출이 가능해지고 우리 자동차산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한국기자들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건설적이고도 진취적인 대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기자들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대한거래의 불균형이 "외제차소유자에 대한 당국의 세무조사위협과 애국심에 호소하는 근검절약 켐페인" 때문이라는 케케묵은 주장만 되풀이 들어야 했다.

우선 자동차 거래상의 불균형이 한국인의 애국심때문에 또는 정부의 근검절약호소 때문이라는 해석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한국과 일본은 불행한 과거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한국인들은 일본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일본 중고차의 시세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인들도 미국인들과 똑같이 애국심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득실을 우선시 한다고 봐야한다"는 게 신현규 현대자동차 워싱턴지사장의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인들이 미국차나 유럽차를 잘 사지 않는 이유는 주로 경제적인 득실계산에서 연유되고 있다.

우선 환율이 많이 올랐다.

환란전 달러당 8백원하던 환율은 요즈음 1천2백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외제차는 그만큼 더 비싸졌다.

또한 한국의 기름값은 살인적이다.

아무리 큰 차를 타고 다녀도 기름값이 별 부담이 되지 않는 미국과는 그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

외제차에 대한 중고시세,부품이나 사후서비스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국자동차업자들이 해야 할 일은 한국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걸맞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 수순이다.

콜린스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합친 시장보다도 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평가를 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공략을 위해 미국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무턱대고 잘 팔리지 않는 이유가 한국정부의 보이지 않는 제재 때문이라는 주장뿐이었다.

한국이 환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실업에 허덕이고 있다.

이웃이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는데 나 혼자 외제차 타고 다닐 수 없다는 시민의식이 한국인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다가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제차판매억제를 위해 세무조사위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쌍방의 주장이 어떤 것이든 간에,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극단적인 불균형을 시정하는 일이다.

외국업자들은 한국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방식을 건설적으로 바꿔 많이 팔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한국소비자들은 외제차를 못으로 몰래 긁어버리는 유치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현대 기아 대우차 전시장에 불과한 서울의 모습도 빠른 시일내에 많은 외제차가 질주하는 국제화된 도로로 바뀌어야 한다.

오래 살아남자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양봉진 워싱턴특파원 bjnyang@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