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을 일삼는 허풍쟁이들이 모인 도시.

상하이(상해) 광저우(광주)등 중국 남부 사람들은 베이징(북경)을 흔히
이렇게 평가한다.

정치도시 베이징이 실속 없음을 비꼰 말이다.

그런 베이징이 변하고 있다.

정보화 물결을 타면서 중국 정보기술을 선도하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는 베이징서부 중관춘 과학기술단지가
변화의 발원지다.

지난 한햇동안 이 곳에 생겨난 업체만 1천3백여개.

하루 3.5개 꼴로 새로운 업체가 생긴 셈이다.

현재 약 6천7백개 업체가 중관춘에 둥지를 틀고 있다.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롄샹(연상), 인터넷포털사이트인 신랑왕(신랑망)과
소후(수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8848 등이 모두 여기에 본부를 두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 전체 공업생산량 증가치의 70%는 중관춘 기업의 몫이었다.

외국 정보기술 업체들도 투자지로 베이징을 선호한다.

작년 베이징이 유치한 외국인투자액(실제투자기준)은 29억4천만달러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중국 전체 투자유치 규모는 줄었지만 베이징은 늘었다.

베이징이 정보화를 선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베이징에는 고급 두뇌가 풍부하다.

중국 최고 공과대학인 칭화(청화)대학을 비롯 베이징대 런민대 베이징사범대
등 굴지의 대학이 베이징에 몰려있다.

우리나라 정규대학에 해당하는 고등교육기관만 63개다.

상하이의 푸단(복단)대, 톈진(천진) 난카이(남개)대, 시안(서안)의 자오퉁
(교통)대 출신 젊은이들도 중관춘으로 몰려든다.

베이징은 전통적으로 정보에 민감하다.

지방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곧 정보 가치 의식을 낳았고, 풍부한 인터넷 콘텐츠 개발의 동력이
되고 있다.

베이징 시정부도 앞장선다.

올해 10억위안(약 1천4백억원)의 채권을 발행, 중관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달에는 이곳에 과학기술교역센터를 세우고, 5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재유치사무실을 열 계획이다.

베이징을 디지털 정보중심 도시로 키우겠다는 게 정부 당국의 구상이다.

베이징의 상징물이 정치 1번지 톈안먼(천안문)에서 중관춘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