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넘버 닷 컴"이 인기다.

넘버 닷 컴은 숫자로 된 도메인 네임(인터넷 주소)을 말한다.

"163 닷 컴(www.163.com)"과 "263 닷 컴(www.263.com)"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털 사이트다.

"8848 닷 컴(www.8848.com)"은 으뜸가는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다른 인기 사이트중에서도 상당수가 넘버 닷 컴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외국 기업들까지 눈에 띄는 숫자
도메인 네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숫자 도메인 네임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와 영어 자판에 익숙지 않은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163 닷 컴의 경우 지난 97년 문을 열 때 이름을 "넷이즈 닷 컴(Netease)"
으로 하려 했다.

그러나 고심한 끝에 차이나텔레콤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용 전화번호와 같은
현재의 이름을 택했다.

이 회사 윌리엄 딩 사장은 "넷이즈는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외우기 쉬운
이름이지만 중국인들에겐 어려운 단어였다"며 "163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한자를 컴퓨터에 입력하려면 한 글자당 몇 번씩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불편함도 넘버 닷 컴의 인기에 한 몫 하고 있다.

컴퓨터에 한자를 입력하는 방법은 수 십가지나 되며 아예 입력방법조차
모르는 중국인도 많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우기 쉽고 입력하기도 쉬운 숫자를 택하는 것이다.

올들어선 몇몇 도메인 네임 등록 대행 업체들이 한자 도메인 네임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CNNIC(중국 정보네트워크센터)다.

지난달 이 기관이 한자 도메인 네임 서비스를 시작하자 첫날에만 3만6천개
업체가 신청를 해왔다.

이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한자 도메인 네임이 자리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기술적 문제 때문이다.

컴퓨터는 현재 아스키(ASCII) 코드를 기반으로 문자를 나타낸다.

이 코드는 서양 문자 대부분을 지원한다.

하지만 중국어와 일본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자를 컴퓨터에 쓰려면 ASCII코드로 바꿔줄 변환기(인코더)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에서는 여러 업체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이 변환기를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 쓴 한자가 다른 컴퓨터에선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앞으로도 한자보다는 숫자 도메인 네임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