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5천5백만원이 넘지만 밤을 지새울 집이 없다?"

요즘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는 1년에 5만달러(약5천5백만원)이상 벌면서도
집이 없는 소위 "홈리스"들이 부쩍 늘고 있다.

교사 경찰 소방수 세일즈맨 등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홈리스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찾아 떠돌고 있다.

일부는 아예 "움직이는 호텔"로 불리는 이 지역 순환버스에서 요금 3달러를
내고 하루밤을 지샌다.

미국내 다른 지역 같으면 그럭저럭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이 집없이 떠도는 이유는 바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 지역의 집값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갑부들이 모여사는 곳, 실리콘 밸리는 집값 역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실리콘 밸리의 평균 집값은 41만달러(약4억5천만원)로 미국내 다른 지역의
두배가 넘는다.

밸리내에서도 집값이 비싼 팔로 알토의 경우 방 4개짜리 집은 3백20만달러
(약35억원)에 이르고 원룸도 75만달러(약8억2천만원)나 된다.

이렇다보니 실리콘 밸리에서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30%도 안된다.

월세도 방 2개인 경우 보통 1천7백달러(약1백87만원)에 이르며 변두리
지역 원룸의 월세도 1천달러를 넘는다.

실리콘 밸리의 평균 가구 소득은 연간 8만2천달러(약9천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연 소득 5만달러 정도는 그야말로 빈곤층에 속한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4인가족 기준으로 연간 5만3천1백달러(5천8백만원),
1인기준 연간 3만7천2백달러(약4천만원)미만의 소득을 올리면 빈곤층으로
공식 분류하고 있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