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할 것인가 아니면 삭막하게 만들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은 인터넷의 출현과 함께 시작돼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위싱턴포스트는 16일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실제 생활공간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줄어든다고 보도했다.

스탠포드대 계량사회학연구소가 성인 4천1백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터넷의 사회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때문에 사무실은 물론
집에서도 더 많이 일하게 되고 어머니 생일 축하전화조차 귀찮아하는 부류가
새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

조사대상자중 약 3분의 1은 일주일에 5시간 이상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있으며 13%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또 26%는 친구들과의 대화나 가족과의 전화를 줄였고 34%는 독서를 덜 하고
있으며 59%는 TV 시청시간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TV 시청시간은 인터넷 이용시간이 늘어난 만큼 줄었으며 특히 초보자는
인터넷을 시작하자마자 TV 시청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자의 55%가 집이나 직장에서 인터넷을 쓰고 있고 25%는 인터넷
덕분에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었으나 직장 근무시간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혀 인터넷이 고용주들의 이익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루츠 에어브링 교수와 함께 이번 조사를 실시한 노먼
나이 스탠퍼드대 계량사회학연구소장은 "매일 이웃과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던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대화하는 세상으로 옮겨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인터넷으로는 껴안거나 다정다감한 말을 건넬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포스트는 그러나 신흥 "실리콘밸리"로 성장하고 있는 워싱턴 근교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으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와의 접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견해가 많다며 앞으로 인터넷의 사회적 영향을 놓고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최완수 기자 wan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