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정부도 당황하고 있습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풀어놨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중국 국가경제무역위원회의 한 관리는 중국 인터넷 정책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터넷의 경제적인 효과를 간과할 수 없고, 그렇다고 체제를 위협할지도
모를 인터넷 정보민주화를 방치할 수도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그의 말에서 중국이 지금 인터넷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은 최근 인터넷 정보유통 통제를 위한 인터넷 비밀관리 규정을
마련했다.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기 전에 당국의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
뼈대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효를 거둘 거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 인터넷서비스공급업체(ISP)를 통해 국내 인터넷 정보는 통제할 수
있어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막을 방법이 없다.

1천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정보를 하나하나 점검하기란
불가능하다.

인터넷에 눈을 뜬 젊은이들은 이미 정부의 통제선을 뚫었다.

그들은 정부정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 사이버공간을
헤매고 있다.

인터넷 서점, 사이버 증권사, 인터넷 구직.구인 센터, 경매 사이트 등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어지간한 인터넷비즈니스는 중국에도 있다.

작년 한햇동안 하루 평균 2개씩 전자상거래 전문 사이트가 등장했다.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8848넷은 지난주 설 연휴동안 하루 1백50건의
주문을 받아 물건을 배달하기도 했다.

경제무역위 관리는 정부 일각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을 감안해 인터넷 통제를
모두 풀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중국 인터넷 딜레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뼈대로 하고 있는 중국 체제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독재 사회주의를,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데서 발생한 문제라는 해석이다.

인터넷은 디지털 경제체제에서 부를 창출하는 수단인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정보유통 활성화를 통한 민주화의 도구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속성이 중국의 정치와 경제 사이에 생긴 체제 균열을 더욱 뚜렷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미 사이버공간에서 결집력을 키워가고 있는 파룬궁(법륜공)집단을
통해 인터넷의 민주화 속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이는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더 큰 도전을
맞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