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권이 한 시민단체의 낙천운동 대상자 명단 발표를 놓고 음모론으로
들끓고 있는 요즘 미국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증시 불안이 정권 재창출을 겨냥한 민주당 행정부의 치밀한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증권신문인 스트리트 닷 컴의 칼럼니스트인 애런 태스크에 의해
제기된 음모론은 그럴듯한 논리로 전개돼 있다.

음모론은 앨런 그린스펀이 임기만료 6개월을 앞두고 최근 4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으로 재지명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그린스펀을 조기에 재지명한 것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긴축정책을 소신있게 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기 위한 음모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클린턴으로서는 공화당 후보의 집권을 막아야 할 절체절명의 이유가 있다는
추정이 음모론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재임 기간중 그가 일으킨 일련의 스캔들로 인해 최악의 경우 형사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미 주가에 대해 거품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 연착륙을 위한 긴축 조치를 과감하게 실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로 인해 오는 5월말까지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로부터 30%,
다우지수는 20%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는 돼 있다.

이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제2의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사건이 발생한다.

그 여파로 주요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고, 중국은 위안화 절하 카드를 빼내
든다.

이때 그린스펀이 다시 해결사로 등장해 통화 완화 조치를 단행한다.

이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게 되고 증시도 올 하반기나
11월 대통령선거 시점까지 사상 최고치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이상이 민주당 행정부 음모론의 골자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보수 논객들이 민주당측을 흔들기
위해 황당한 시나리오를 유포하고 있다는 역음모론도 나돌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것인지는 시간의 판단에 맡기는 도리밖에 없을 것
같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미국 증시에 피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점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느닷없이 음모론이 나돌고 있는 것은 그만큼 향후의
장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