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가치가 종가기준으로 유로당 1달러를 밑돈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의 시장개입(달러매도.유로매입) 등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동향 =유로화는 27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당 0.9886달러에
마감됐지만 장중 한때는 유로당 0.9865달러까지 밀렸다.

28일 열린 도쿄외환시장에서도 유로화는 뉴욕시장보다 낮은 0.9882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후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초 출범한 이후 17%가량 하락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장초반 ECB가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오후들어선 ECB가 유로화에 대한 유럽지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방관하고 있다는 루머도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원인 =외환전문가들은 유로화가 올해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왔다.

유럽경제의 회복과 유로존의 세제개혁, 투자촉진이 유로화 강세전망의 주요
배경이다.

이를 반영, 유로화는 연초엔 강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유로화가 최근 급락세로 반전된데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과 지난 22일 G7재무장관들이 유로화 약세에 방관적 자세를 취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1백7개월 가까이 호황을 누리는 미국경제의 성장속도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유럽경제 성장속도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로약세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ECB의 미지근한 태도와 유럽지역의 기업 인수.합병(M&A)붐도
유로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유로를 내다팔아 달러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유로화가 풍부해지는
탓이다.

<>파장 및 전망 =유로화가 달러의 위상에 크게 못미치는 2등 통화로
전락함으로써 국제통화체제의 판도와 자본흐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세계 외환보유액구성 통화비중과 국제자본시장의 통화선호도에서 1등(달러)
과 2등(유로)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3등 통화인 엔화와 유로화간의 간격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

또 다른 의미는 유럽경제력이 미국경제력에 뒤진다는 사실이 외환시장에서
증명됐다는 점이다.

독일과 프랑스등 유럽대륙 11개국이 하나(유로존)로 뭉쳤어도 미국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게 확인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유로가치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라면 유로가치가 조만간 유로당 0.95달러대 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체이스증권의 카렌 파커 같은 일부 분석가들은 유로가치가 곧 0.90달러
밑으로 미끄러질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ECB가 유로화 값을 지지하기 위해 달러를 팔고 유로화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유로화 지지및 인플레 억제라는 이중 효과를 겨냥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