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정부 정책이 맘에 들지 않으면 입을 다물든지 아니면 사임하라"

정부 시책에 불만을 표시한 일부 각료를 두고 얼마전 쟝 피에르 슈벤느망
프랑스 내무장관이 한 말이다.

지난해 노동부 한 고위 공무원은 언론을 통해 35시간 근무제 실시 효율성에
의문을 표시한 죄로 중징계를 받았다.

고위 공직자들은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경우는 어떤가.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베르사이유 파기법원이 내린 결정은 새로운 판례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파기법원이 사니쥐라사의 재정담당 이사로 근무하다 회사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해임당한 쟝 폴 피에르에게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피에르 이사는 연초 정례 이사회의에 참석해 이미 결정된 사내
경영전략을 강력히 비난하는 서류를 배포하고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때마다 직원 회의에서도 새로운 경영지침을 비난하는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회사측은 피에르 이사가 경영정책 회의에 참석하는 고위간부로서 지켜야 할
침묵규정을 위반하고 회의 내용을 떠벌이고 다녔다는 이유로 해고시켰다.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계속 불만을 표시하면 사내 분위기를 악화시킨다는
것도 해임의 사유였다.

피에르씨는 즉시 회사의 결정을 부당해고라며 제소했지만 고위 간부의
공개적 의사표현 규제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마저 패소했다.

항소법원은 정책 비난 자료를 만들어 이사회의에 배포한 행동을 재정이사로
의 월권행위라 판정하고 회사의 결정을 옳았다고 판결했다.

또한 배포 자료의 내용을 보면 정도가 지나쳐 순수한 개인적 의견 표시로
보기는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자신의 뜻대로 정책 방향이 수립되지 않자 이를 반대하는 성격이 강했다
는 게 항소법원의 해석이었다.

그러나 파기법원은 항소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피에르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의 발언은 정책 결정자들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회의
내용 누설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재정이사라는 위치를 볼 때 비록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할지라도 이를
비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음을 인정했다.

직원을 선동.분열시킬 의도가 없다면 고위 간부의 개인적 표현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파기법원의 이번 판결로 프랑스 기업들의 이사회에서는 큰 소리가 오가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 같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