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Y2K악몽"에서 벗어났지만 "과잉대응"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쪽에서는 적절한 대응으로 대재앙을 막았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시민
단체들은 "별 것도 아닌데다 막대한 혈세만 축냈다"고 질책하고 있다.

비난자들은 컴퓨터 업계와 일부 소비재 산업, 언론이 공모해 Y2K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한 후 각자 먹거리를 챙겼다고 주장한다.

Y2K신드롬속에서 컴퓨터 업체들은 새 제품을, 소비재 산업은 생필품을,
언론은 뉴스거리를 챙겼다는 얘기다.

아직 무엇이 진실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연 Y2K를 통해 잃고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중간결산하는 것이다.

바로 Y2K 공과논쟁의 출발점이다.

사실 지구촌은 1조달러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을 쓰긴 했지만 Y2K 대응과정
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바로 지구촌이 합심한다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 2월부터 인터넷에 국제규모의 대화채널(IY2KCC.
국제Y2K 협력센터)을 만들어놓고 Y2K에 공동 대처했다.

그 사이 "Y2K정상회담"등 크고 작은 국제규모의 모임도 수없이 가졌다.

선진국들은 저개발국에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기술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완벽에 가까운 공조체제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희망속에 "정보 독점"의 우려는 무시못할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이 Y2K을 계기로 전세계 정보망을 완전 장악했다는 주장이다.

사실 미 정부는 3천만달러의 거금을 들어 워싱턴에 정보협력센터(ICC)를
지어놓고 전세계를 통제했다.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CIA(중앙정보국)구건물에 세워진 이 센터에는 미
전역뿐아니라 1백80개국으로부터 들어온 정보가 취합됐다.

미 정부측의 말대로 2차대전 이후 최대규모의 정보훈련이 벌어졌던 것이다.

각국의 Y2K대응상황이 집계된 IY2KCC도 이 센터에 있다.

현재 미 정부는 Y2K상황종료후 ICC를 전자상거래(EC)시장 장악을 위한
정보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결국 Y2K는 연습게임이었던 셈이다.

"단 사흘의 Y2K모니터링을 위해 그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ICC를 만들었느냐"
는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져도 미 정부가 "Y2K전에서 승리했다"며 흐뭇해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박수진 국제부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