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글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 비첨(SB)의 합병은 제약업계의 정상다툼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최근 선두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고 있는 업계의 몸부림은
차라리 "메가머저 전쟁"이란 표현이 걸맞을 정도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라는 이름의 새 회사는 매출 규모가 2백67억달러에
달해 세계 최대 제약업체로 등극하게 된다.

지난 95년 글락소와 웰컴이 합치면서 한때 세계 1위 자리를 장악했던
글락소웰컴이 스미스클라인 비첨을 끌어들여 5년여만에 정상을 탈환하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덩치 키우기" 경쟁은 90년대말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 96년 글락소-웰컴 연합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스위스의
산도스와 시바가이기가 합병한 노바티스였다.

노바티스를 정점으로 한 업계지도는 다시 지난해 중반 무너졌다.

독일 훽스트와 프랑스의 롱프랑이 결합해 현재 세계 1위인 아벤티스를,
영국의 제네카와 스웨덴의 아스트라가 합쳐 세계 2위인 아스트라제네카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말 세계 15위 제약업체인 미국의 워너램버트를 두고
아메리칸홈프로덕츠(AHP)와 화이자가 인수다툼을 벌여 기업인수합병(M&A)
열기는 더욱 거세졌다.

이 싸움은 결국 지난 주말 화이자의 승리로 돌아갔다.

화이자가 업계 왕좌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이번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연합이 결성되면 화이자는
AHP를 성공적으로 인수한다해도 2위에 머무르게 된다.

따라서 "1등이 아니면 안된다"는 인식이 확고한 세계 제약업계에는 앞으로도
합병바람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글락소웰컴은 AIDS및 기침.천식 의약품 시장에서, SB는 백신과
항생제부문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이번 합병은 서로의 강점을
키우는 "윈-윈" 결합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비용절감과 연구.개발사업의 강화, 제품구성의 다양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전세계에 걸쳐 있는 10만5천여명의 직원 가운데
최대 1만명까지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글락소웰컴과 SB는 지난 98년에도 합병을 추진했으나 새 합병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다투다 결국 합병이 무산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글락소웰컴의 리차드 사익스 회장과 SB의 잔 레슐리 CEO가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스미스클라인의 새로운 CEO 내정자 J.P.가니어가
새 사령탑이 될 예정이어서 적어도 과거와 같은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 간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연방 무역위원회와 유럽연합(EU)의
사후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 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