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게 용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들은 자신을 "용종(용의 자손)"이라고 여긴다.

용은 항상 성스러움의 대상이자 절대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중국인들이 용의 해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들은 21세기, 뉴 밀레니엄의 첫 해가 용띠로 시작되는 것에 대해 커다란
의미를 둔다.

"용종"과 뉴 밀레니엄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역사 반성"이 한창이다.

왜 중국이 서구세력에 밀려 찬란했던 문화를 유린당해야 했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중국은 지난 1840년 터진 아편전쟁으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서구세력의 침탈로 땅을 빼앗기기도 했다.

공산정권 설립이후에도 대약진운동 실패, 문화혁명으로 인한 사회질서 파괴
등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지식인들이 꼽은 중국 후퇴의 주범은 "만리장성"이었다.

장성 너머 사람들은 "오랑캐"였고 장성 안쪽 사람들은 세상의 중심지에
살고 있는 "화인"이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격리된 채 수 백년을 살았고, 세계 흐름을 읽지 못해
결국 서구기술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는 통한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78년 개혁개방 정책이 추진되기 직전까지 계속됐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건설에 나선지 20여년.

중국은 21세기 "만리장성"을 넘어 국제 정치 경제 무대 중심부로 진출하겠
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세계 정치구도를 "다극화"로,
경제구도를 "글로벌화(지구화)"로 요약했다.

그는 "어느 누구의 정치적 패권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중국이 기술력 향상을 통한 생산력 발전으로 국제 경제체제의
한 축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 문명 발전을 적극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유연성의 표현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국이 성장기 로마제국처럼 외부 문화발전을 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다극화"와 "글로벌화" 는 21세기 중국을 읽는 키워드가 될 지도 모른다.

신년 연휴 CC-TV 등 중국 방송에서 가장 많이 듣는 노래가 있다.

"용의 후손(용적전인)"이라는 제목의 "국민가요"가 그 것.

이 노래 가사는 이렇게 흐른다.

"고대적 동방에 한 군중이 있었네. 그들은 모두 용의 후손. 거대한 용의
발 아래에서 우리는 자랐고, 성장이후 우리는 용의 뜻을 세상에 전하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