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의 대명사이자 세계 최대의 음료회사인 미국 코카콜라의 최고사령탑
이 교체된다.

더글라스 아이베스터(52) 코카콜라 회장은 지난 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내년 4월에 사임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후임에는 더글라스 태프트(56)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내정됐다.

아이베스터 회장의 사임 발표는 예상치 못했던 일로 월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사임 발표후 뉴욕증시에서 코카콜라 주가는 6일 하룻동안 6.3%(4.25달러)나
급락했다.

하지만 업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아이베스터 회장의 사임발표가 전혀
예상밖의 일은 아니며 코카콜라 주가에 큰 악재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회장 후임으로 지난 97년말 사령탑에 오른후
코카콜라는 끊임없는 내우외환과 경영악화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97년에 사망한 고이주에타 회장은 재직 16년동안 코카콜라의 주식싯가총액을
30배나 키우며 코카콜라를 세계 최정상의 청량음료업체로 만들었다.

이런 전임자의 업적과 카리스마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악화 <>코카콜라 오염사건 <>사내 인종차별 소송 <>끝없는 주가하락
<>경쟁사 펩시콜라의 급성장 등 대형 악재가 끊임없이 등장, 아이베스터의
목을 죄었다.

특히 지난 6월 벨기에에서 발생한 코카콜라 오염파동은 그의 경영전선에
직격탄을 날렸다.

오염파동의 여파는 벨기에에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프랑스등 유럽을 휩쓸고
아시아 북미 등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후 코카콜라 매출은 40%나 뚝 떨어졌다.

주가도 곤두박질쳐 올들어 낙폭이 11%에 이르고 있다.

"S&P500지수" "다우존스 지수" 등이 증시활황으로 올들어 각각 50%와 22%씩
오른 것에 비하면 폭락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다.

주가급락은 오염사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이베스타가 이끄는 코카콜라호는 때마침 발생한 아시아위기의 풍랑으로
지난 4분기 연속으로 매출과 순익이 급감했다.

반면에 경쟁업체인 펩시콜라는 지난해 젊은층에서 인기를 모으며 매출과
순익을 각각 7%, 4%씩 늘리며 코카콜라를 바짝 추격해왔다.

여기에다 사내 흑인직원들이 차별대우 혐의로 제기한 법정소송으로 코카콜라
의 이미지는 또 한번 땅에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기업인수전략도 실패했다.

아이베스터는 취임후 2년간 유럽시장공략을 목표로 프랑스 청량음료업체인
오랑지나를 인수하려 했으나 프랑스당국의 훼방으로 지난달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시아 경제회복과 함께 지난 10월이후 오름세를 보이는
주가나 이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도 아이베스터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오랑지나 인수가 실패한 지 2주만에 사임의사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사임으로 코카콜라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아이베스터의 후임으로 내정한 대프트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30년간
코카콜라에서 잔뼈가 굵은 해외통이다.

그동안 주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시장을 맡아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시장 전문가인 그가 앞으로 성장성이 높은 아.태지역
공략에 전력 투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태프트가 "김빠진
코카콜라에 생기를 불어 넣을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