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터넷 붐으로 미국에서는 청년갑부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수년사이에 적게는 수억달러, 많게는 수백억달러
에 이르는 엄청난 부를 쌓은 20,30대가 미 실리콘 밸리를 평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천지는 최근호에서 미국내 40세 미만 청년갑부중
재산이 많은 상위 40명을 선정, 발표했다.

여기에는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내로라 하는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분야가 그만큼 빠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음을 입증한다.

1위를 차지한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2백14억9천만달러) 회장이나 2위에
마크된 아마존 닷 컴(Amazon.com)의 제프 베조스(57억4천만달러) 회장은
너무나도 유명한 인물.

30억5천만달러의 재산을 소유, 5위에 랭크된 야후의 제리양 역시 널리
알려진 청년갑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위 40위 안에는 한국인도 2명 포함돼 있다는 점.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의 창업자 김종훈(39)씨와 웹사이트 디자인 업체인
에이전시 닷 컴(Agency.com)의 서찬원(38)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재산 4억2천9백만달러로 20위, 서씨는 재산 2억4천5백만달러로
39위를 각각 차지했다.

청년갑부 40걸의 면면을 보면 역시 인터넷이 부자를 만드는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게 극명하게 드러난다.

40명중 60%에 해당하는 24명이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관련 비즈니스 사업자는 4명으로 10%를 차지했다.

이밖에 컴퓨터하드웨어 컴퓨터서비스 사업자가 각각 2명, 반도체업체 1명
등으로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사업자가 전체의 82.5%인 33명에 달한다.

나머지 7명은 레스토랑 비즈니스마케팅 캐피탈매니지먼트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은퇴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36)은 3억5천7백만달러의 재산을 보유,
운동선수로서는 유일하게 40위 안에 들었다.

이들 40명의 재산을 모두 합한 총액은 6백30억8천1백만달러에 달한다.

한명당 보유 재산은 평균 15억7천7백만달러.

1위인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 재산은 무려 2백14억9천만달러로 2위
이하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있다.

그를 제외할 경우 39명의 평균 보유재산은 10억6천6백만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보유 재산액이 10억달러를 넘는 1위부터 10위까지를 제외할 경우 나머지
30명의 평균 재산액은 4억2천9백만달러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갑부인 마이크로 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 한명의
재산이 1천억달러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한한 셈이다.

청년갑부 40걸에는 20대도 무려 3명이나 포함돼 있다.

최연소 청년갑부에는 인터넷 검색엔진과 대형 네트워크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잉크토미의 최고기술책임자 폴 고티에가 올랐다.

4억1천8백만달러의 재산을 보유, 21위에 랭크된 그는 이제 고작 26세에
불과하다.

폴 고티에는 대학원 재학중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에릭 브루어가 잉크토미를
창업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여기에 합류했다.

폴 고티에 외에도 2명의 20대 갑부가 더 있는데 29세 동갑나기인 퍼시
밀러(28위)와 제프리 아놀드(33위)가 그 주인공이다.

퍼시 밀러는 말그대로 잡화상 사장이다.

독립적인 레코드라벨을 개발,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영화 장난감 신발
스포츠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제프리 아놀드는 "인터넷 닥터"로 불리는 웹MD의 회장이다.

인터넷에 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도입,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

20위에 오른 재미교포 사업가 김종훈씨는 이미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인물.

특히 자신이 설립한 ATM(초고속교환기) 생산업체 "유리시스템스"를 지난
98년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달러에 매각해 화제가 됐다.

전형적인 벤처기업인 유리 시스템즈는 네트워크 장비 생산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 비즈니스 위크가 초고속성장 1백대 중소기업중 1위에
올려 놓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루슨트 테크놀로지 광대역 네트워크 부문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찬원씨는 지난 95년 단돈 80달러로 뉴욕에서 웹사이트 디자인및 컨설팅
업체인 "에이전시 닷 컴"을 설립, 불과 4년 사이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케이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컴팩, K마트 등 미국 굴지 기업들의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면서 이 분야의 촉망받는 기업인으로 급부상했다.

< 김선태 기자 orc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