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붐이 일고 있다.

증시 활황으로 넘쳐난 돈이 기업들의 "몸불리기"에 투자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졌던 적대적 M&A는 이제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5일 유럽 3위의 석유생산업체인 프랑스 토털피나가 경쟁업체인 엘프
아키텐을 사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을 비롯, 올초부터 10여건의 적대적
인수합병 뉴스가 은행과 통신, 패션, 반도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이와관련 월 스트리트 저널은 "적대적 M&A는 지극히 미국식 자본주의 현상"
이라며 "세계 산업계가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지배하는 과점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진행중이거나 결론이 난 적대적 M&A사례들을 살펴본다.


<>토털피나와 엘프(석유) =최근 엑슨이 모빌을 8백75억 달러에, BP아모코가
로스차일드를 3백4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토털피나가 이미 유럽3위, 세계5위의 위치에 있으나
경쟁업체들의 몸집 불리기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보고 있다.

토털피나가 엘프에 제시한 인수가격은 42억9천만 달러.

엘프가 토털피나의 적대적 인수안을 거부해 성사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합병이
성사되면 토털피나는 시가총액과 가스생산량에서 세계 4위업체로 한단계
올라서게 된다.


<>BNP와 파리바, SG(금융) =프랑스 3위 은행인 BNP가 경쟁관계에 있는
소시에테제네랄(SG)과 파리바은행을 한꺼번에 인수하겠다고 나섰으나 아직
결론을 보지 못한 상태다.

BNP의 계획이 이뤄지면 자산 1조달러의 세계 최대 은행이 된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통합을 논의하고 있던 SG와 파리바측은 BNP의 인수안을
거부하고 있다.


<>올리베티와 텔레콤이탈리아(통신)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린 케이스다.

텔레콤이탈리아(TI)는 올리베티에 비해 매출 규모가 6배 정도 컸으나
지난5월말 6백50억 달러에 올리베티에 흡수됐다.

한때 독일의 도이체텔레콤(DT)이 TI의 백기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루이뷔통과 구치(패션) =실패한 경우다.

루이뷔통의 인수안에 구치가 법정싸움을 벌이며 적극적으로 대항했다.

결국 구치가 백기사로 끌여들인 프랑스 피노 쁘렝탕그룹(PPL)에 지분 40%
(29억 달러)를 넘기면서 루이뷔통의 인수계획을 무산시켰다.


<>퀘스트와 US웨스트(통신) =미국의 신흥 케이블 통신업체인 글로벌
크로싱(GC)이 US웨스트(지역통신업체)와 프론티어(장거리)를 합병키로 합의한
상태에서 퀘스트가 이들 업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퀘스트는 US웨스트가 안고 있는 1백억 달러의 채무까지 떠안겠다고 제안,
성공가능성도 없지 않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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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적대적M&A

=인수대상 업체의 경영진이 반대하는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기업을 탈취하는
합병방식.

인수대상업체 경영진들이 모르게 시장에서 주식을 매집하거나 위임장 대결,
주식공개매수(TOB) 등을 통해서 진행된다.

심하면 법정싸움으로도 비화된다.

인수업체와 피인수업체가 합병조건 등을 합의하는 우호적 M&A와 대비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