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도 악재 나름.

충분한 기간을 두고 사전 예고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은 증시에 오히려
보약이 됐다.

지난주 월가는 미국 기준 금리의 0.25%포인트 인상 조치에도 아랑곳없이
갖가지 기록을 쏟아 냈다.

우선 다우존스, S&P 500, 나스닥 등 3대 주가 지수가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른바 트리플 레코드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서머랠리(여름 상승세)"를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 지표인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지수의 지난 주말 종가는 11,139.24
포인트.

지난 5월 13일(11,107포인트)에 수립됐던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달 보름여동안 지루하게 계속됐던 게걸음 장세를 확실하게 종식시켰다.

다우 존스를 비롯한 3대 지수는 또 지난달 25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일 상승 행진을 계속중이다.

다우지수의 경우 지난 한 주일 동안 5.6%가 뛴 5백86포인트의 상승을
기록했다.

주간상승폭으로도 사상 최고치다.

지난 한 주일 동안 월가를 장식한 각종 신기록 행진의 견인차는 "니프티
피프티(Nifty 50)"로 불리는 대형 우량주들이었다.

전자 통신장비 제약 금융 등 전통적인 종목들이 장세의 주도권을 행사했다.

대형 우량주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월가가 그 만큼 상식의 논리에 따라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대표적인 전자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주가는 지난주 말 1백12.7달러에
거래돼 주중 7% 올랐다.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주가는 10%, 금융업체인 시티그룹주가는 14%씩 각각
상승했다.

이들 주가 상승은 기업실적보다는 전반적인 미국 경제여건 호조분위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우량주의 전반적인 강세 분위기 속에서도 유럽에서 오염파동에 휘말린
코카콜라 주식은 2%남짓 오르는등 게걸음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스닥시장의 첨단주가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아마존주가는 1백24.1달러로 주중 약 13%가 올랐으며 아메리카온라인(AOL)
주가도 12%의 상승률을 보였다.

첨단주의 상승세는 최근 제기됐던 "첨단주 버블 붕괴"론을 잠제우기에
충분했다.

첨단주들은 지난 5월들어 급락세를 보인뒤 지난달 중순이후 또다시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이제 월가 관심사는 증시의 "금리 보약"이 당장 이번 주부터 어떤 효과를
낼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일단은 오랜만에 되찾은 상승의 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6월중 미국의 실업률이 4.3%로 한달전보다 0.1%포인트 높아지는 등 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경기과열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재료들이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그러나 이번 주 월가의 주요 관찰 포인트는 아무래도 개별 기업들 쪽에
맞춰질 것 같다.

주요 기업들의 올 2.4분기 실적이 이번 주 초부터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기업실적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중 37개 업체가 순익전망치를 "비관적"으로
발표했다.

2.4분기 순익을 낙관한 기업은 13개에 그쳤다.

지난 한달동안 "금리"라는 큰 그림 속에서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던
미국 증시는 이번주를 고비로 기업실적이라는 각론 단계로 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