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인터넷 미디어인 스트릿(TheStreet.com)은 최근 한 특집기사에서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3대 레저로 "3S"를 꼽았다.

스포츠 섹스와 함께 주식(stock)이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가장
유력한 "레저"라는 것이다.

실제로 80년에만 해도 미국 전체 가계의 14%에 불과했던 주식보유 비율이
요즘은 45%로 늘어났다.

두 집 중에 한 집 꼴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주식투자가 단순한 레저로만 그칠 리는 없다.

미국 증시가 90년이후 9년째 파죽의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주식은 "최고의
저축상품"으로 일반 미국인들에게 각인돼 있다.

활황 장세의 시발점으로 분류되는 90년10월11일 당시 다우지수는 2,365
포인트에 불과했다.

불과 8년 남짓한 사이에 4백%가 뛰어 지난 29일 대망의 10,000 포인트
고지를 넘어섰다.

덕분에 지난 10년간 미국 가계의 보유주식 가치는 3백81%나 늘어났다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미국 가계가 소유한 부동산의 평균 자산가치는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평균 이자율이 연5% 안팎에 불과한 은행 저축상품들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이처럼 폭발적인 활황가도를 달려 온 이면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정글 게임"이 벌어져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9천여개에 달하는 미국내 상장기업들 가운데 증시활황을 이끌고 있는
주도주는 수십개의 극소수일 뿐, 나머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대표성"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켜 온 다우지수의 경우 구성종목
이 30개의 초우량 거대기업들로 한정돼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지난 8년여간 지속돼 온 증시의 활황은 이들 30개 기업을
위시한 소수 우량기업들의 주가가 올랐음을 의미할 뿐이다.

실제로 작년이후 다우지수가 27%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2천개 중소기업들
의 주가지수인 러셀 2000지수는 9%나 뒷걸음질 쳤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가운데 88%, 첨단 벤처기업들이 주로 상장돼
있는 나스닥(NASDAQ)의 경우도 등록종목 중 93%가 지난 1년 동안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주식 투자자들 만큼 편식성이 강한 사람들도 없다는 얘기다.

전망이 밝은 우량기업들에는 앞 다퉈 "사자" 행렬에 나서는 반면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인터넷 산업의 총아"로 꼽히는 아메리카 온 라인(AOL)과 "재래산업의 얼굴"
이라는 보스턴 치킨의 엇갈린 운명이 좋은 사례다.

92년에 상장된 AOL은 6년 남짓한 동안 주가가 무려 7백배나 뛰어 오른 반면
한때 외식산업의 간판주자였던 보스턴 치킨은 상장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국 주식투자자들의 냉정한 선택은 증시를 "적자생존"의 살벌한 정글로
바꾸어놓았다.

유 에스 뱅코프(증권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8년 5월부터
98년 7월 사이에 미국에서 기업을 공개한 회사는 무려 4천9백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3분의 1이 도산되거나 다른 회사에 합병돼 상장폐지되고
말았다.

발행 당시의 주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30%도 안된다.

선택된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풍토야말로 미국 기업들이 절정의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는 요즘에도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을 세계최강으로 끌어 올린 "민주 시장경제의 힘"이 무엇인지를 새삼
엿보게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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