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돌입을 하루 앞두고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산유국들의 약속이행 의지가 강력하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물은 배럴당
36센트 오른 16.7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3월이후 1년만에 최고치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되고 있는 배럴당 17달러선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OPEC회원국들은 최근 유가 움직임과 관련, "감산이행 의지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뚜렷한 증거"라며 "배럴당 18달러선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서부연안에 있는 정유공장의 잇단 폭발사고로
휘발유 등 석유제품가격이 크게 오른 데 따른 심리적인 요인도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출에 좋은 계절이 다가오는 것도 유가상승 요인이다.

이와함께 이라크가 4월 한달동안 원유수출량을 전월보다 25만배럴 줄이겠다
고 발표, 유가상승을 자극했다.

그러나 급격한 상승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이미 여러차례 감산이행에 실패한 전례가 있어 이번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미국 보스톤에 있는 에너지 시큐리티 애널리시스의 석유시장 분석가인
사라 에멀슨은 "최근의 유가강세를 본격적인 상승궤도 진입으로 해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OPEC 등 산유국들이 실제 감산에 들어가기 위해선 생산시설 조절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4월과 5월 두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산을 하더라도 5월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BT알렉스브라운, 보너&무어 등 7개 석유시장 기관들도 OPEC의 실제
감산이행 실적이 합의량의 7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라크를 제외한 OPEC 10개 회원국과 노르웨이 등 비OPEC국들은
1일부터 하루 2백10만7천배럴를 감산키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