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석기시대"

스페인의 한 여행사가 내놓은 신종 여행상품의 슬로건이다.

마드리드에 있는 여행업체인 팔레오라마는 "석기시대의 휴일을 즐기라"며
대대적인 선전을 펼치고 있다.

말그대로 10만여년 전의 원시생활을 직접 체험해보는 코스다.

"99년판 석기시대"의 무대는 스페인 북부 부르고스.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선사시대 유적중 하나가 발견된 부르고스의 아타푸에르카 부근 삼림지대가
현장이다.

고객들은 여기에서 1주일동안 원시인처럼 지내게 된다.

"선사시대 여행자"들은 우선 "서바이벌 노하우"를 교육받는다.

나뭇가지를 비벼 불을 피우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을 분간해 내는 요령을
가르친다.

또 요리하는 법, 돌을 깎아 도끼나 화살촉을 만드는 법, 사냥용 덫이나
어망 카누를 만드는 방법도 배운다.

동굴벽화를 그리기 위한 물감 혼합 방법도 교육받는다.

이같은 원시적응 과정을 거친 여행자들은 적당한 자리에 나뭇가지나 풀,
진흙 따위로 오두막을 짓는다.

오두막을 짓지 않고 동굴안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밤이되면 바깥에서 여우나 맹금류들이 나돌아 다니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다.

낮에는 식물뿌리를 캐러 돌아다니거나 나무 열매를 찾아 헤맨다.

돌도끼를 들고 야생동물과 맞서야 할 때도 있다.

운좋게 사냥에 성공한 날이면 나뭇가지로 피운 불에 잡은 동물을
구워먹는다.

물론 지나친 원시생활을 꺼려하는 고객들을 위한 옵션도 있다.

식물뿌리를 갈아 만든 빵이나 쐐기풀 수프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오늘날의
음식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기본 복장은 동물가죽이지만 현대식 평상복을 입고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본원칙은 "충실한 체험"이다.

지금까지 팔레오라마의 선사시대 여행을 체험한 6백여명의 고객 대부분이
가능한한 신석기 시대 생활을 똑같이 모방한 삶을 선택했다.

이 회사의 고고학 전문가 마무엘 루케는 "자동차와 컴퓨터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신석기인들과 비교할때 대단히 앞서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면서
"문명의 이기없이 자연에 내버려지면 우리는 무기력한 어린아이들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인들은 기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손으로 일하고 직접 물건을
다루는 데 너무나 어설프다"며 "고객들이 원시생활을 통해 자신들의 어설픔을
느끼고 생활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게 이 상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간여행을 마친 사람들은 기본적인 원시적 생존기술을 배웠다는 데
엄청난 만족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여행상품 가격은 2만5천~3만페세타(1백60~2백달러) 정도인데 이미
대기자가 길게 늘어서 있다.

팔레오라마는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선사시대 체험 상품을 3~4종류로 늘리는
한편 마케팅 차원에서 고고학이나 생태학적 정보를 대중들에게 대대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