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Y2k(컴퓨터 연도인식 오류 문제) 자체보다는
극성스런 시민들의 호들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9일자에서 컴퓨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이같이
지적했다.

컴퓨터의 연도인식 오류인 Y2k가 미칠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사람들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인재"가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생필품 사재기나 무더기 예금인출 사태등으로 인한 사회혼란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는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Y2K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각국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온 결과다.

전력및 가스공급 중단, 통신두절, 유통망 단절, 은행 기능 마비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서도 상당부분 예방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Y2K가 불러올 대재앙에 대한 공포는 세기말과 맞물려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부 미국인들은 Y2K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12월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7%가 가정용 발전기나
장작난로를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10%이상이 은행에 예치된 돈을 모두 찾아 놓겠다고
응답했다.

사회혼란을 우려해 총기를 보유하겠다는 대답도 상당수였다.

따라서 "D-데이"에 가까와지면 생필품 사재기, 예금인출은 물론 발전기나
난방기구를 잘못 사용하는 데 따른 사고등으로 공황상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관련, 미국 적십자사는 올 연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1주일 정도를 지탱할 수 있는 생활 필수품과 현금 난방장비등을 미리 확보해
놓으라고 권고했다.

미국 소매연맹 Y2k 위원회도 생필품 사재기 소동을 막기위해 사전에
조금씩 준비를 해 두자는 시민운동을 계획중이다.

은행업계도 이미 수개월전부터 예금인출 사태를 피하기 위한 광고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5백억달러의 현금을 추가로 공급해 화폐
유통량을 2천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제인 가비 국장은 항공관제 체제의 Y2k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비행기안에서 2000년을 맞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리티시 에어웨이(BA)도 고위 임원들이 비행기안에서 새해를 맞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미국 기업들의 38%는 다가올 Y2k에 대비해 재고 비축량을 대폭
늘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제록스의 경우 올해말 복사기와 프린터기 생산에 필요한 모든 부품에
대해 약 한달치 생산물량을 확보해 둘 예정이다.

이는 평소 비축분의 약 4배수준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유물량을 비축해 둘 만한 대형창고가 없어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시민들의 공포심리가 초래할 피해에
대비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