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추진되고 있는 캐나다 유수 은행들의
합병계획이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합병허용 여부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관련 기관이나 인사들의
비판적인 의견이 줄을 잇고 있는데다 일반 국민들의 여론 역시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열은행과 몬트리올은행,토론토 도미니언은행과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 등 2건의 은행합병계획에 대해 상원의 은행.상업.교역위원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성공적인 경쟁을 이유로 은행이
대형화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의 중소 은행들이 전략적 제휴와 합작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은행의
규모가 국제경쟁의 성공을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어 뉴질랜드의 예를 들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대신 자세한 은행경영상태를 고객들과 주주들에게 공고할 것을
제안했다.

캐나다 금융기관감독원측은 더욱 비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존 파머 원장은 "합병으로 초대형화한 은행이 경영실패 등으로 부실해질
경우 이 은행을 다른 중소은행이 인수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이 은행을 구제하든지 아니면 외국은행에 인수시켜 경제적 혼란을 자초하는
두가지 대안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과 같이 국제 금융상황이 불안한 시기엔 금융기관의 사소한
잘못이 큰 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어느 한 은행이 다른 경쟁은행
보다 너무 크거나 은행의 수가 너무 적으면 똑같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앞서 폴 마틴 재무장관의 의뢰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금융산업의
과점화가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은행합병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편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반 시민들의 반대의견도 날로 노골화되고
있다.

토론토대학의 정치경제학교수인 존 크리스포씨는 최근 유력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의 독자투고란에서 은행합병 계획은 단지 더 많은 돈을
챙기려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일 뿐 고객들과 일반
국민들의 이해관계는 뒷전에 밀려 있다고 비난했다.

< 밴쿠버=정평국 특파원 Chongp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