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계가 우려해 오던 미국증시의 버블(거품)붕괴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31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지수는 6.4%나 빠지며 작년 1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 7월17일의 사상최고치(9,337.98)에 비해 한달 반만에 약 20%나 빠졌다.

금액으로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에 버금가는 2조2천4백억달러가 6주만에
날아갔다.

첨단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나스닥증시는 더 많이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사상최대인 140.43포인트(8.56%)나 떨어졌다.

미국증시 폭락은 늘 세계증시 전체의 급락으로 이어져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어 왔다는 점에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 투자가들의 자산가치 가 줄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끝내는
세계적인 디플레를 몰고 있다는 면에서다.

<> 왜 폭락했나 =해외 경제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이젠 미국
경제도 안심할수 없게 됐다는 불안감이 폭락을 초래했다.

최근들어 미국의 경기둔화기미가 역력해지자 미국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잃고
주식투매에 나선 결과다.

소비가 줄고 제조업경기도 위축되고 있는 등 현재 미국경제는 펀드멘털
(기초여건) 자체가 약해지는 추세다.

이와함께 아시아와 유럽 중남미 등 해외증시가 끊임없이 떨어지자 미국인들
의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사실 미증시폭락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다.

그동안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 7월말 뉴욕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은 27배로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PER이 23배를 넘으면 주가조정이 이루어진다는 과거의 실례로 볼때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 미국 증시의 향방은 =더 떨어진다는 측과 회복될 것이라는 쪽으로
엇갈린다.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다우존스지수가 6천8백선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시아및 러시아경제위기가 조기에 해소될 여지가 없는 데다 미국경기도
둔화되고 있어 추가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증권의 칼 스미스 부사장은 주가가 앞으로 8-10%가량 더 떨어진
후에야 반등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회복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주가가 지난 한달반 사이에 19.2%나 하락,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리먼브러더스증권의 제프리 애플리게이트 수석투자분석가는 "주가가
바닥권에 도달했다"며 올 연말에는 다시 9천대로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폭락 자체만으로도 세계금융에 큰 충격이 된만큼 당분간 미국
증시가 혼조를 보인다 해도 세계금융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게
됐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