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국의 영향이 뒤늦게 아시아시장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주말 중남미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유럽증시까지 급락한 데
이어 24일 아시아의 주가와 통화가 일제히 떨어졌다.

러시아의 상황이 예사롭게 마무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이날 도쿄시장에서 엔화는 개장되자 마자 지난 주말의 달러당
1백42엔대에서 1백45엔대로 폭락, 아시아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임을
예고했다.

과연 예고대로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개장초 4백엔(2.6%)이상
급락했다.

엔과 일본주가 폭락세는 곧바로 다른 아시아국가들로 파급돼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주가는 3-5%나 떨어졌다.

태국 싱가포르주가도 2%가량 하락했다.

당국이 증시개입에 들어간 홍콩주가조차 오르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러시아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였다.

아시아통화들도 주가와 같은 길을 걸었다.

싱가포르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바트, 필리핀 페소,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등 모든 아시아통화들이 하나같이 하락했다.

심지어 홍콩과 대만달러화는 당국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주말 국제금융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선언으로 구미의
헷지펀드와 뮤추얼펀드는 물론 투자은행과 민간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분석했다.

초기 평가와는 다른 것이었다.

러시아 사태가 발생한 지난 주초에는 서방측의 손실이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됐고 그결과 계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지 않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하이리스크 허브펀드, 아팔루사, 에베레스트캐피탈등
미국 헤지펀드들의 손실규모가 최소한 10억달러는 될 것으로 평가한다.

또 독일은행을 비롯한 유럽은행들과 대다수 미국은행들도 러시아사태로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정부가 외채구조정을 어떻게 하든 서방금융계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로 새삼 세계금융시장이 혼란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남미의 통화평가절하 도미노
가능성이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해 보이고 있는 데 이어
브라질과 멕시코도 통화가치를 끌어내릴 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브라질과 멕시코의 통화 평가절하가 몰고 올 충격은 러시아사태보다
더 크다.

두 나라가 미국의 안방시장인 탓이다.

브라질과 멕시코의 평가절하는 곧장 미국 주가폭락을 낳고, 미국주가
폭락은 세계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