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달러고 기조가 반전될 것인가.

초호황을 계속해온 미국 경제는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며 이는 또 고통받는
아시아국들에 축복이 될 것인가 재앙이 될 것인가.

미국의 경기둔화 조짐이 뚜렸해지고 뉴욕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이같은
성급한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미국 주가가 폭락세로 돌변하고 초호황경기에 다소간 제동이 걸렸다고
해서 당장 세계경제구조의 반전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이 아시아국들을 괴롭혀왔던 엔폭락 행진을 다소나마
완화하는데 하나의 전환점은 될 것이라는데서 주목받고 있다.

<> 미국경제 한계 왔나 =지난 1.4분기중 5.5%를 기록한 성장률은 2.4분기에
1.4%로 떨어졌다.

경기선행지수도 지난 5월에 이어 6월에도 하락했다.

지난 2.4분기중 기업실적도 경상이익이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둔화 가능성을 높여 놓고 있다.

<> 일본경제는 돌아서나 =일본 장기불황이 바닥에 와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5일 7조엔 규모의 세금감면 등 일본 새정부의 경기대책에 힘입어 엔화가
1백43엔선으로 회복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수 있다.

일본의 내수확대와 금융개혁이 본격화되면 더이상 엔화 폭락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 엔-달러 전환점 왔나 =국제환율 사이클상으로 달러강세 기조가 꺽일
때도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2-3년을 주기로 달러고와 엔고가 번갈아
나타났다.

현재의 달러고 추세는 지난 95년 하반기이후 3년간 이어져 왔다.

4일 유럽 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는 5일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로 순외채
(대외채무액-대외채권액)가 급증하고 있다며 "달러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고 전망했다.

<> 위안화 움직임 =일부에서는 현재 달러당 8.2위안선에서 연말께는 9위안선
으로 절하될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양쯔강을 강타하고 있는 홍수 피해의 수준에 따라 위안화 절하
불가피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엔시세가 안정된다면 위안화 절하압력은 상당히 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 아시아경제에 주는 영향 =뉴욕 주가폭락 소식이 전해진 5일 아시아
증권시장들은 일제히 폭락세였다.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미국이 활력을 잃을 경우 아시아는 또다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형금융기관들이 미국에서의 자금부족을 메우기 위해 아시아지역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증시이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기대투자수익률이
높은 아시아지역의 메리트를 높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 주요변수 =전문가들은 미야자와 일대장상과 루빈 미재무장관의 이달중
회동과 오부치 일총리와 클린턴 미대통령의 다음달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회담의 결과에 따라 하반기중 엔-달러 향방이 엇갈릴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 늦어도 2000년에는 지금의 달러강세가
분명 약세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미국주가의 연쇄 폭락과 기업실적의 악화는 스트롱
(strong) 달러로 상징되는 "기존 체제"가 한계점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