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위기 재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처방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가 위기 해소는 커녕 이 지역 경제를 아예 질식시켜버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IMF의 고금리 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고금리가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아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해당국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질책이다.

물론 이같은 경고는 그동안에도 여러번 제기되어 왔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심상찮은 국면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이 문제가
경각을 다투어야할 만큼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모건 스탠리 딘위터 홍콩 지점의 지역 경제 전문가인 팀 콘돈은 "고금리가
아시아 경제를 파괴하고 중산층의 몰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 세베리노 세계은행 아.태지역 부총재도 16일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굶주림은 폭동을 불러온다(The hungry can become
angry)"며 IMF이행조건이 사회적 긴장을 필요 이상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IMF 자신은 고금리에 대한 신념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넬러 IMF 아.태지역 부국장은 호주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고금리와 긴축은 여전히 중요한 관심사"라며 "어디까지나 정도가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휴버트 나이스 IMF 아.태지역 국장은 자카르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는 즉각 통화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성장에는 외국인 투자보다 국내
저축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최근 도이체 방크의 보고서를 예로 들어 IMF의
논리를 일축하고 있다.

아시아 개발은행의 린다 차오양은 "수출 주도형 경제체제 하에서
기업들이 대출을 못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 지나친 상황"이라며 "이는
더군다나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등 아시아국들의 외채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제가 붕괴되는 마당에 환율 안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아시아
국가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셈이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