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 인도네시아 신임 대통령은 22일 수하르토 이후의
인도네시아를 이끌 과도정부의 새내각을 발표하고 깨끗한 정부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비비 대통령은 이번 조각에서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큰 딸인 시티
하르디얀티 루크마나 사회복지장관과 수하르토의 오랜 골프친구이자
무역장관인 봅 하산 등 수하르트의 측근들을 배제시켰다.

하비비 대통령은 그러나 위란토 국방, 알리 알라타스 외무, 기난자르
카르타사스미타 경제산업조정장관 등 수하르토 내각의 일부 핵심 인물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와 함께 재무부 관료 출신의 인도네시아 은행 구조조정청의 책임자인
밤방 수비안토를 재무장관에, 군대변인 출신으로 수하르토에게 사임압력을
행사했던 시아르완 하미드 의원을 내무장관에 각각 기용했다.

하비비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으로부터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새내각은 인도네시아의 공인된 3개 정당과 군부 등 각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현지 분석가들은 하비비 대통령의 새 내각을 한마디로 "대내외 과시및
민심무마용"으로 보고 있다.

수하르토 정권의 족벌.부패정치를 청산함으로써 수하르토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개혁 성향의 내각임을 대내외에 보이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통령 취임직후 재야와 대학생으로부터 "수하르토와 전혀 다를게 없다"는
비난을 들어온 점을 의식,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보겠다는 뜻이다.

수하르토의 딸과 친구를 뺀 게 그 사례다.

하지만 위란토 국방장관을 비롯해 수하르토 정권의 핵심장관을 유임시켜
수하르토와의 "완전한 단절"은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이 대목이 하비비의 딜레마이자 한계로 보인다.

회교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가 "새 내각은 전문적이지 않으며 아직도
연고주의의 요소가 남아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비비 대통령은 기난자르 경제산업조정장관을 유임시켜 국제통화기금
(IMF)측과 협상의 연속성을 유지토록 했다.

기난자르 장관은 IMF와 협상에서 인도네시아의 협상대표로 활약해왔다.

그는 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 총재를 내각에서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

그는 중앙은행은 "경제에 있어 특별한 지위를 가지며 법에 의거해 정부와
다른 단체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성향을 강조한 부분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하루만에 급조된 "불안전한" 새내각을 이끌면서
하비비가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수하르토의 핵심인물을 그대로 껴안고 수하르토와 다른 깨끗한 정치를
펼칠지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