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외환거래가 중단되는등 인도네시아 경제는 완전 마비상태다.

"국가는 있되 경제는 없는" 혼돈상황이다.

상황이 이처럼 나빠지자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상환
유예)으로 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모라토리엄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이 이틀째 모든 은행간 외환결제를 중단하고 외환시장의
문도 닫았다.

싱가포르 등 역외 외환시장에서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거래가 거의
끊겼다.

은행간 외환결제중단으로 무역대금결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해외로도 번지고 있다.

시티은행 호주법인과 호주 커몬웰스은행(CBA) 등 외국은행들이 루피아화
거래를 중단했다.

싱가포르 은행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은 은행 환율고시판에 루피아환율을 적어 놓지도
않을 정도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에서 인도네시아는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그림자
국가에 불과했다.

이에따라 인도네시아의 현상태는 모라토리엄선언 직전단계에 와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신용조사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투자분석가 사니 하미드는
중앙은행이 은행간 루피아화 결제를 중단시킨 것은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완전 마비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의 몇몇 분석가들은 조모라토리엄선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 없는
상태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번 사태로 인도네시아정부와 해외채권단간의 외채상환연장협상도 결렬될
것으로 우려된다.

완전 결렬은 아니라도 협상이 장기간 공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관들도 사태가 악화되자 추가 금융지원을 일시 중단하고
관망중이다.

12개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지분투자 의사를 보이던 8개 외국
기업들도 폭동사태로 투자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의 외환사정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들도 상황을 원점에서 다시 보겠다는 태도다.

지금대로라면 조업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정부상태가 지속돼 외환거래나 무역결제 중단상황이 오래
가게 되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어쩔수 없이 대외채무상환 불능을 선언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인도네시아의 총 외채는 1천3백16억7천만달러로
모라토리엄에 빠지면 많은 나라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웬만한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채권을 갖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다시한번 곤경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최대의 채권국은 일본이다.

일본이 인도네시아에서 돈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욱 곤두박질칠 것이고,그렇게 되면 세계경제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게 국제경제계의 시각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