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거품이다"

"무슨 소리. 신경제일 뿐이다"

미국경제의 유례 없는 장기호황을 두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와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 사이에 때아닌 버블 논쟁이 점화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4일자에서 "미국경제는 거품"이라는 주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자 비즈니스위크가 5월4일자 사설을 통해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

양국의 대표적인 경제주간지간에 자존심을 건 설전이 벌어진 셈이다.

두 잡지는 미국경제를 진단하는 접근방식에서도 이코노미스트가 거시지표를
중시하는 반면, 비즈니스위크는 미시적 분석에 촛점을 맞추는 등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를 보는 두 잡지의 시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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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위크 ]]]

"미국경제는 거품이 아니다"

비즈니스위크는 5월4일자 사설 제목에서부터 "미국경제 거품론"을 단정적
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 사설은 또 글머리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침체의 위험을
무릅쓰고라고 (거품을 터뜨리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거품이 더 부풀기 전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충고를 직접 겨냥한 질문이었다.

비즈니스위크의 이날자 사설이 이코노미스트의 "미국경제 거품론"에 대한
반론임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경제가 거품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경제
의 최근 상황과 거품기의 일본경제를 비교하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일본경제의 거품은 차입자본(레버리지)에 의한 자산가치
의 비정상적인 상승에 의해 생성됐다.

즉 일본의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상승하자 이를 믿고 빚을 끌어
들여 부동산과 해외공장 등에 반복적으로 투자했다.

반면 미국경제는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 전체의 부채규모가 국내
총생산(GDP)의 8.8%로 10년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계 부채는 96년중반 이후 오히려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또 기업의 경영실적에서도 미일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품경제기에 일본기업들은 제품판매보다는 주식투자로 큰 이익을 올렸던데
비해 미국기업들은 리스트럭처링과 다운사이징에 의한 비용절감에 이익의
원천을 두고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 산업의 급성장으로 창업과 신제품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의 이같은 주장은 90년대들어 미국경제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소위 "신경제(New Economy)"론을 대변하는 것이다.

실제로 비즈니스위크의 편집장인 스티픈 셰퍼드는 대표적인 신경제론
신봉자로 꼽히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거품의 주요 징후로 지목한 자산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비즈니스위크는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들어 집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부 최고급
주택의 가격만 올랐을 뿐 서민주택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또 골프회원권 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동네 체육관 이용료는 그대로다.

자동차 컴퓨터 의류 등의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인플레 우려는 현재로서는 부유층에만 해당되는 얘기
라는게 비즈니스위크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비즈니스위크가 내리는 결론은 "미국은
일본과 다르다"라는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 ]]]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4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일본의 경기부양이나
아시아 위기보다 더 위협적인 문제는 미국의 거품경제"라며 이번 논쟁에
불을 댕겼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기사에서 미국경제가 거품을 안고 있다는 증거로
<>과도한 주가상승 <>합병열기 <>부동산가격 상승 <>통화량 급증 등 4가지를
꼽았다.

우선 주가를 보면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2년새 65%나 상승했고 올 1.4분기중
에만도 15%나 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올들어 미국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음에도 주가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수익전망에 관계없이 주가가 오른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거품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산업계를 휩쓸고 있는 합병열기도 거품의 주요 징후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루어진 M&A는 9천5백70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
했는데 과거의 경우 대부분의 합병붐은 주가폭락이나 경제침체로 이어졌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세도 거품경제의 징후로 꼽힌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96년 3.6%, 97년 4.7% 상승했으며 올들어서도 연율로
5%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부동산투자 관련 기금이 5년새 3배 이상
늘어나는 과열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거품의 또다른 징후는 통화량의 급증이다.

지난 3월말 현재 미국의 총유동성(M3)은 1년전에 비해 거의 10%나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 85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다.

때문에 최근 미국의 인플레율이 거의 0%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이코노미스트
는 인플레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이 기사에서 "미국경제가 신기술개발과 기업활동의
세계화에 힘입어 고성장,저인플레의 "신경제"시대를 맞고 있다는 해석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직접적으로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비즈니스위크가 지지해온
"신경제론"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 미국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이대로 거품이 계속 쌓이다가 일시에 터지는 경우다.

또 하나는 금리인상이라는 정책수단을 통해 "인위적으로" 거품을 터뜨리는
것이다.

어느쪽이건 미국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을 가하게 되지만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후자를 택해야 한다는게 이코노미스트의 충고다.

< 임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