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교수들.

영국에선 재산이 보통 1천억원이 넘는 교수들이 점차 늘고 있어 화제다.

벤처기업을 창업, 비즈니스에 성공해 거둬들인 재산이다.

이들은 벤처기업을 3~4개쯤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명함에는 교수직함과 함께 회장직이 새겨져 있다.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고 있는 셈이다.

근착 선데이 타임스지는 백만장자 교수들이 90년대 초만해도 20여명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무려 1백2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들의 "석세스 스토리"를 전하면서 "한 손에는 신기술, 다른
손에는 기업가적 정신을 갖추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영국 첨단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등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국의 백만장자 교수들은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대항할만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겸비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대학의 양대산맥인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를 비롯해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대 리드대등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이면서 "에이콘 컴퓨터"사의 회장인 허만 하우저(49)가
대표적 인물.

그는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후 컴퓨터제조업체인 이 회사를 79년에
창업해 떼돈을 벌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MS-DOS 운영체계를 개발해
판매하면서 몰락의 위기에 처했다.

에이콘사는 곧바로 이에 맞서 하드 드라이브가 필요없는 네트워크 컴퓨터
를 개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라이벌인 오라클사에 납품함으로써 재기에
성공했다.

그가 세운 회사들의 주식가치만도 7억5천만달러(1조2천억원)에 이른다.

하우저 회장은 방문교수라는 직함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종종 강의도 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에반스(40)교수는 생명공학분야에서 성공한 기업가.

케임브리지근교에 있는 셀시스 인터내셔널사 등 15개 업체를 거느린
회장이기도 하다.

그의 재산은 1억2천만달러를 넘는다.

요즘도 맨체스터의 엑스터대와 리버풀대의 강단에 자주 오르고 있다.

영국의 성공한 벤처 기업가들이 교수직에 몰려있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명문대 교수들의 연봉은 고작 6만7천달러.

미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교수들은 부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 탈출구가 벤처기업창업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들이 사업에 성공한 길은 대략 두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대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라이센스
해주는게 하나다.

보다 적극적인 교수들은 아예 특허를 출원하고 스스로 벤처기업을
창업한다.

백만장자 교수들은 후자쪽을 택한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벤처기업을 일궈낸 이후에도 산학협동체제 구축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 강연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신사고와 창의력을 북돋우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소규모 벤처기업들에게 무료로 기술 경영자문을 해주고 있다.

백만장자라는 단어에 "교수"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에반스 회장은 "현재의 개발열기를 감안할때 영국에서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 같은 지식정보산업 관련 다국적 기업들이
탄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장단한다.

영국이 첨단산업에서 "제2의 산업혁명"을 일으킬 지는 이들 백만장자
교수들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