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8일 지난 80년대 중남미 경제위기 당시
개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형적인 구제방식은 시급히 재검토돼야 하며
미국은 국제금융질서 개선을 위해 선진 7개국(G7) 긴급정상회담을 소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위기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에게 미국식 모델을 즉각 도입하라는 혹독한 사회.경제적 처방을 내림
으로써 아시아 지역에 반미 감정이 싹트고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장차
세계 무대에 강국으로 재등장할 경우 미국이 공동이익을 위해 건설적인
조언과 지원을 제공한 친구가 아니라 국익을 위해 혹독한 처방을 내린
깡패로 비쳐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경제와 권위적인 정치체제를 급성장의 원동력으로 내세워온
아시아에게 미국이 세계주의와 다원적 민주주의라는 자국 모델을 위기
치유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사실은 어느쪽도 아시아의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80년대와 94년의 멕시코 위기, 그리고 지난해
시작된 아시아 위기 등 세가지 경우 모두 미국의 갑작스러운 정책변화라는
공통원인을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G7 정상회담에서 아시아의 위기를 야기한 세계 금융시스템의 세가지
문제, 즉 <>너무 쉽게 인출.회수할 수 있는 단기신용대출 <>경기침체
사이클을 이용해 투기꾼이 손쉽게 이익을 얻음으로써 공황을 낳을 수 있는
현실 <>경제위기를 정치위기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IMF의 전형적인 구제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G7 정상회담이 <>위기를 예방하고 실패도 어느 정도 수습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를 제재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
마련 <> 채무자.채권자 양측의 부주의한 행동을 제지하고 자본 이동의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한제도 마련 <> 경제적 처방을 정치.사회적 상황과
연계시킬 위기관리 장치 마련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MF가 보호하고자 하는 세계시장 시스템에 대한 국수주의적인 이념적
반감을 자아내지 않으려면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정치위기로 몰고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국가의 경우 IMF의 긴축프로그램으로 기본적인 상거래가
중단됐으며 수익성있는 산업분야의 수익성있는 회사들조차 IMF 규제로 인한
국내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파산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보장의
안전망이 준비돼 있지 않은 사회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 위기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박사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가 혼란에 빠질 경우 미국은 수십년
동안 아시아의 불안정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며 IMF의 조치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태국의 민주주의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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